자작시

절망 / 청 수

푸른물 2024. 9. 13. 08:55

죽음보다 더 무서운 것이 있다면

그것은 절망이리라

아무 미련도, 생각도, 느낌도 없을 때

그때가 절망의 끝이리라

 

지나온 세월이 

회한의 회오리 바람처럼

감정을 소용돌이치고

마음에 폭풍우 몰려와

누물이 강물되어 흐르고

 

지금까지 살아온 모든 것이

사상누각처럼 흔적도 없이

와르르 무너져 내리고

앞으로 살아야 할 모든 것이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안개속 오리무중이고 보면

 

상대적 빈곤감은 사치가 되고

절대적 빈곤함에 시달린지 오래

법벙스님의 무소유의 삶은 존경스러우나

세속을 떠나지 못한 처지에선

공념불에 그치고

 

오랜만에 가본 백화점엔

사람의 물결로 파도를 이루고

눈으로도 구경하기 벅찬 처지에선

하찮은 것도 그림의 떡이 되어

 

돌아서는 발길에

몸도 마음도 무거워져

잠긴 자물쇠처럼

마음의 문을 걸어 잠궜네

 

2002.2.19

 

마음 무거웠던 날에

백화점에서 누구를 만나기로 했던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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