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생의 끝 / 청 수

푸른물 2024. 4. 24. 07:54

지칠대로 지친 심장이 풀잎처럼 눕고

예민해진 위장은 노예처럼 엎드리고

손끝 하나 움직일 수 없을 때

그 때가 생의 끝인가

 

죽음이 눈 앞에서 손짓할 때

어서 오라고 재족하며 부를 때

따라갈 기운조차 없을 때

그 때가 생의 끝인가

 

복잡한 생각의 꼬리를 자르고

허물어진 일상의 파편들을 치우고

엃닌 인연의 줄을 풀어버리면

그 때가 생의 끝인가

 

살아있다는 생각이 희미해지고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선명해지고

생과 사의 구분이 확실하지 않을 때

그 때가 생의 끝인가

 

200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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