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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겨울의 시 / 박노해

푸른물 2024. 2. 11. 15:16

그 겨울의 시 / 박노해

 

문풍지 우는 겨울밤이면

윗목 물그릇이 살얼음이 어는데

할머니는 이불 속에서

어린 나를 품어 안고

멏 번이고 혼잣말로 중얼거리시네

 

오늘밤

장터의 거지들은 괜찮을랑가

소금창고 옆 문둥이는 

얼어죽지 않을랑가

뒷산에 노루 토끼들은

굶어 죽지  않을랑가

 

아  나는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낭송을 들으며 잠이 들곤 했네

 

찬바람아 잠들어라

해야 해야 어서 떠라

 

한겨울 얇은 이불에도

추운 줄 모르고

왠지 슬픈 노래 속에

눈물을 훔치다가

눈산의 새끼노루처럼

잠이 들곤 했었네

 

박노해:1957  전남 함평군

학력:선린상업고등학교

대한민국의 민주운동가 노동운동가

시인 사진작가 평화활동가

1980  노동의 새벽

1983  시와경제 '시다의 꿈'등단

1990 사형구형 무기징역 선고

1992  시인클럽 포엔트리 인터내셔널 로테르담재단 인권상

2019 사진전시회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