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겨울의 시 / 박노해
문풍지 우는 겨울밤이면
윗목 물그릇이 살얼음이 어는데
할머니는 이불 속에서
어린 나를 품어 안고
멏 번이고 혼잣말로 중얼거리시네
오늘밤
장터의 거지들은 괜찮을랑가
소금창고 옆 문둥이는
얼어죽지 않을랑가
뒷산에 노루 토끼들은
굶어 죽지 않을랑가
아 나는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낭송을 들으며 잠이 들곤 했네
찬바람아 잠들어라
해야 해야 어서 떠라
한겨울 얇은 이불에도
추운 줄 모르고
왠지 슬픈 노래 속에
눈물을 훔치다가
눈산의 새끼노루처럼
잠이 들곤 했었네
박노해:1957 전남 함평군
학력:선린상업고등학교
대한민국의 민주운동가 노동운동가
시인 사진작가 평화활동가
1980 노동의 새벽
1983 시와경제 '시다의 꿈'등단
1990 사형구형 무기징역 선고
1992 시인클럽 포엔트리 인터내셔널 로테르담재단 인권상
2019 사진전시회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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