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 맹문재(1963~ )
작은애가 미끄럼틀에서 손을 삐어
동네 정형외과에 데려갔다가
나의 왼손도 엑스레이를 찍어 보았다
돌이 들어 있네요
중학생 시절 친구가 등 뒤에서 떠미는 바람에
깬 돌이 널린 신작로에 넘어져
부랴부랴 헝겊으로 동여맨 적이 있는데… …
중지 끝에 돌이 들어 있다는 사실에
나는 동태처럼 있다가
기도하듯 의사에게 물어보았다
수술 할 수 있을까요?
신경에 붙어 있어 위험하네요, 동행하세요
함께할 수 없는 상대인데
함께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니… …
단구에 말수가 적고 나이 어린 후배에게도 깍듯하고 따뜻한 배려를 잊지 않는 강원도에 가까운 충청도 단양에서 났다는 맹문재 시인. 그가 치열하고 단단한 삶을 살아왔다는 것을 나는 조금 늦게 알았다. 그런 그가 이 사실을 새삼 늦게 알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마 조금 늦게 말하는 것일 것이다. 까맣게 몰랐는데 의식하지도 못했는데 함께할 수 없는 상대와 함께할 수밖에 없는 것이 삶이고 때론 운명이 된다는 것을. 나도 나이를 먹으면서 조금은 알 것 같다. 세상은 나와 같은 혹은 비슷한 사람들하고만 사는 것이 아니라 나와 다른 때로는 같이할 수 없는 사람들과도 함께 사는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자문한다. 같이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통합이니 포용이니 하며 손을 내밀면서 정작 같이했던 동료들과 작은 차이 때문에 척지고 등 돌리고 있지는 않은지. 동행, 아름답고도 어려운 말이다. [곽효환·시인·대산문화재단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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