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 / 김시습
가을은 노을을 잘라내어
옅은 색 짙은 색 붉은 천을 만들고
서슬 퍼런 서리는 웬 정이 많은지
끝도 없이 솜씨를 보인다.
저무는 낙조 아래로 점점이 불에 타오르고
이 산 저 산 속에 층층이 화폭이 펼쳐진다.
몇 줄의 사연은 심사를 구슬프게 만들며
이런저런 시름 끌고 저녁 바람에 떨어진다.
깊어가는 가을 향해 조락을 원망하지 말자.
봄바람은 또 시든 풀숲에서 풀을 엮고 있을 게다.
紅葉
秋霞翦作淺深紅
(추하전작천심홍)
靑女多情巧不窮
(청녀다정교불궁)
點點欲燒殘照外
(점점욕소잔조외)
層層如畵亂山中
(층층여화난산중)
數行書字悲心事
(수항서자비심사)
幾 牽愁落晩風
(기개견수낙만풍)
莫向秋深怨零落
(막향추심원영락)
東君應又綴殘叢
(동군응우철잔총)
안대회 | 성균관대 교수·한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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