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방문객 / 정현종

푸른물 2014. 11. 4. 07:11

방문객 - 정현종(1939~ )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 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옛날 사람들은 가문의 귀한 손님으로 집에서 태어나 집에서 살다가 집에서 죽었다. 그러므로 집에는 장편소설 또는 대하소설보다 훨씬 긴 가족사가 담겨 있다. 정중히 대접해야 할 손님은 집으로 초대하는 것이 관례였다. 무슨 아파트 몇 동 몇 호로 찾아오라거나, 어느 레스토랑이나 카페에서 만나자고 하는 것과는 달랐다. 주인이나 손님이나 진심으로 감사하는 만남이었고, 정성을 다해 마음속까지 헤아리는 환대였다. 손님을 모시는 것은 그 사람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한꺼번에 집에서 맞이하는 것이었다. 이 시를 읽고 이처럼 옛날 생각에 잠기는 것은 아마도 늙은 독자들의 몫일 것이다. <김광규·시인·한양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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