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돋보기 안 경 / 청 수

푸른물 2013. 11. 20. 03:28

 

돋보기 안 경 / 청 수

 

 

 

 

내 몸에서 제일 좋은 눈이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삼십 중반에 어느 날

책 위에 글자가 아닌 작은 벌레가

기어 다니기 시작했어도

바위처럼 끔적하지 않고

버티고 버티다가

어느 날 세월에게 백기를 들고

큰맘 먹고 눈에다 안경을 선물했네.

 

 

 

 

너에게 무심하다 보면

너의 다리가 부러지는 대형사고가 나고

너에게 무관심하다 보면

네가 어디 있는지 헤매며 찾게 되고

너를 사랑하지 않으면

더러워서 만날 수가 없으니

안경이여! 너는 꽃처럼, 여인처럼

사랑과 관심을 한 몸에 받아야 하는

운명을 타고 났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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