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거울에 비친 자화상 / 청 수

푸른물 2013. 2. 2. 06:41

 

거울에 비친 자화상 / 청 수

 

 

 

반세기 만에 여고 동창들을 만났네.

해맑던 단발머리 소녀는 어디로 가고

세월이 켜켜로 쌓인 소녀는

큰 바위 얼굴이 되어 나타나서

놀랍고 기쁘고 자랑스러웠네.

 

 

오십 년 세월의 높은 바벨탑은

만나자 마자 맥없이 무너져서

그동안 막혔던 세월의 담을 허물고

우리는 단발머리 여고시절로 돌아가

행복하게 웃으면서 시간가는 줄 몰랐네.

 

 

세월에 비친 흰 무명옷처럼 담백한

너를 보면서 나를 만나고

거울에 비친 백자처럼 단아한 너를 보면서

일상의 고단함을 내려놓은

나의 자화상을 만난다.

 

'자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별처럼 빛나는 우정 / 청 수  (0) 2013.02.02
세월이 갔어도 / 청 수  (0) 2013.02.02
세월이 갈수록 나이가 들수록/ 청수  (0) 2012.11.26
단절된 대화  (0) 2012.11.19
가을 여행   (0) 2012.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