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가슴으로 읽는 동시] 나무의 장갑

푸른물 2013. 1. 27. 08:40

가슴으로 읽는 동시] 나무의 장갑

  • 이준관·아동문학가

  • 입력 : 2013.01.10 22:54

    나무의 장갑

    밤사이 예쁘게
    누가 짜 주었지

    손 시린 겨울나무
    털장갑 꼈네

    어젯밤에 윙윙
    그리도 울더니

    오늘 아침 손 내밀고
    자랑을 하는

    겨울나무 털장갑
    누가 짜 주었나

    발 시린 참새도
    만져보고 가고

    아이들 눈빛도
    머물다 가고

    ―선용(1942~ )

    겨울이면 가장 갖고 싶었던 것이 털장갑이었다. 그 중에도 엄마가 뜨개질해서 짜 주는 털장갑이었다. 장갑 하나만 끼고 나가면 매서운 추위도 거뜬히 견뎌냈다.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은 장갑 없이 겨울을 나야 했다. 그래서 겨울이 되면 겨울나무 등걸처럼 손이 트고, 더러는 피가 나기도 했다.

    손 시린 겨울나무가 털장갑을 꼈다. 밤사이 내린 눈이 털장갑을 짜 준 것이다. 겨울나무가 털장갑을 자랑하자 참새들도 만져보고 가고 아이들 눈빛도 머물다 간다. 참새들도 아이들도 나무의 털장갑이 부러워서 손에 한번 껴 보고 싶었으리라. 나무들은 아마 눈이 짜 준 털장갑을 끼고 해를 눈덩이처럼 굴릴 것이다. 그 나무 아래서 아이들은 눈덩이를 굴려 눈사람을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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