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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물 2011. 3. 3. 13:02

장거리 케이블카 신설때 山은 울까 웃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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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 장거리 케이블카 설치 추진 현황
내년부터 전국 국립공원에 설치 길 열려 13곳서 추진… 환경 논란 본격 점화

《내년부터 북한산, 설악산 등 전국 국립공원에 장거리 케이블카가 설치될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에 따르면 국립공원 자연보존지구 내에 케이블카 설치 거리를 연장하는 내용을 담은 자연공원법 시행령 개정안이 지난달 20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그동안 환경 보호를 목적으로 국립공원 자연보존지구 내 케이블카는 이동 거리 2km 이내, 정류장 높이 9m 이내로 제한했다. 하지만 이번 개정에 따라 케이블카 최대 이동 거리는 2km에서 5km로, 정류장 높이는 9m에서 15m로 늘어났다.》


○ 국립공원 내 장거리 케이블카 설치 길 열려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따르면 북한산의 북한산성주차장∼의상봉∼보현봉을 연결하는 4.2km 구간 등 국립공원 8곳에서 13개 이상의 장거리 케이블카 설치가 추진되고 있다. 서울 강북구, 전북 남원시, 강원 양양군, 전남 영암군 등 지방자치단체들은 이미 케이블카 설치 타당성 조사를 마친 상태. 지자체가 케이블 설치를 포함한 국립공원계획변경신청서를 내면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위원회가 심의를 한다. 승인이 나면 사업시행허가를 공단으로부터 받고 공사에 착수하게 된다. 이르면 연내에 케이블카 1, 2개가 설치 허가를 받고 내년부터 공사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전국 20개 국립공원 중 설악산(강원 속초시), 내장산(전북 정읍시), 덕유산(전북 무주군), 계룡산(충남 계룡시) 등 4곳에서만 단거리 케이블카가 운영되고 있다. 동아일보가 기존 국립공원 내 케이블카 이용객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06년부터 2008년까지 3년간 케이블카 이용객은 113만8000명(2006년), 147만3000명(2007년), 138만4000명(2008년) 등이었다. 장거리 케이블카가 국내 국립공원 10곳에 추가 설치될 경우 매년 500만 명의 이용자가 생길 것으로 추정된다.

○ 케이블카 ‘이용자’가 누구냐

국립공원 내 케이블카 설치를 반대하는 환경단체 회원 김병관 씨가 5일 북한산 백운대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사진 제공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케이블카 설치가 현실화되자 녹색연합 등 40여 개 환경단체로 구성된 ‘자연공원 내 관광용 케이블카 반대 전국대책위원회’는 10일 북한산에서 1000일 1인 시위를 선언했다. 200일 동안 북한산 백운대에서 1인 시위를 해온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회원 김병관 씨(51)는 “케이블카가 설치되면 산이 망가질 것이 뻔하다”고 말했다.

반면 정부는 케이블카가 설치되면 장애인, 노인들도 등산이 가능해지고 기존 등산로 이용이 감소하는 등 장점도 크므로 무조건 반대하기보다 케이블카 설치 공사와 운영 시 환경 훼손을 어떻게 줄이느냐에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종원 환경부 자연자원과장은 “환경영향평가, 공원위원회 심사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케이블카가 난립하지 않을 것”이라며 “또 기술 발전으로 예전처럼 산을 깎고 길을 내 공사하는 경우가 사라져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장거리 케이블카 설치공법 보고서’에 따르면 케이블카 철탑 위치를 기존 공터나 훼손지역으로 선정하고 철탑과 철탑 사이의 간격을 최대한 멀게 해 철탑 수를 최소화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이용객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케이블카가 설치되면 기존 등산객 일부가 등산로가 아닌 케이블카를 타고 산에 올라 훼손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환경부 측 시각. 하지만 녹색연합 고이지선 자연생태국장은 “국내 등산객들의 등반 행태를 보면 케이블카로 산에 오르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새로운 관광객만 늘어 자연 훼손이 심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등산객이 케이블카를 이용해 산 정상부에 올라간 후 종주를 시작할 경우가 문제로 지적됐다. 북한산, 설악산, 지리산 등 정상은 수많은 등산로와 연결된다. 설악산에 장거리 케이블카가 설치되면 시간당 1500명 이상이 대청봉 인근에 체류할 수 있게 된다. 이들이 등산로를 따라 이동할 경우 일대의 훼손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 환경단체들의 지적이다. 정부는 케이블카 설치 장소부터 케이블카 이용객들이 정상에 온 후 다른 등산로로 이동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곳으로 선정하고, 케이블카 이용 시 왕복 이용을 의무화한다는 방침이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