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정략결혼 위주에서 국민과 거리감 좁히는 왕실 이벤트로 탈바꿈
유럽 왕실의 신세대들이 계급과 지위에 기반한 과거의 결혼 시스템을 깨뜨리고 있다. 왕실 자손들끼리 혼인을 맺어 거미줄 같은 동맹 관계를 만드는 일도 사라졌다. 유럽과
미국 언론들은
영국 윌리엄(28) 왕자의 결혼 발표를 계기로 '현대판 신데렐라'를 양산하고 있는 왕족과 평민 배우자의 결혼 사례들을 점검하고 있다.
노르웨이·
스페인·
덴마크·
모나코·
스웨덴 등이 이런 경우다.
- ▲ 英윌리엄 왕자와 '캠퍼스 커플' 미들턴. /AP 뉴시스
많은 유럽 왕가에서 왕실 결혼은 이제 왕가의 전통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고 국민과의 거리감을 좁히는 이벤트가 됐다. '평민' 케이트 미들턴(28)이 미래의 영국 국모(國母)로 자리 잡는 과정에도 세심하게 기획된 측면이 엿보인다. 윌리엄 왕자와 사귀는 8년 동안 미들턴은 절제된 생활을 유지했다. 흔한 나이트클럽 출입 스캔들조차 없었고, 이렇다 할 연애 사례도 발견되지 않았다. 영국 왕실 전기 작가인 휴고 비커스는 뉴욕타임스(NYT)에 "미들턴은 다이애나 빈 때 시작된 왕실에 대한 '과잉 관심'을 자연스럽게 극복해냈다. 실추된 왕실 이미지를 일으켜 세울 최적의 인물"이라고 했다.
- ▲ 모나코 알베르 왕자와 '수영선수' 출신 위트스톡. /모나코 왕실
과거 중세 유럽에서 왕실 후계자의 결혼은 고도의 국제정치 게임이었다. 16세기 초 스페인 왕가의 상속자 호안나 공주와 결혼한 덕에 유럽의 절반을 호령하는 절대 강자가 됐던 합스부르크 왕가의 펠리페 왕자, 잉글랜드 튜더 왕조 헨리 7세의 아들 아서 왕세자와 결혼해 스페인이 중세 유럽의 수퍼파워로 발돋움하는 계기를 마련했던 스페인 아라곤 왕가의 캐서린 공주 등이 대표적 사례다.
- ▲ 스웨덴 빅토리아 공주와 '헬스 코치' 출신 베스틀링. /스웨덴 왕실
하지만 21세기 유럽 왕실들은 더 이상 다른 왕실에서 결혼 상대를 찾지 않는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보도했다. 지난 6월에는 스웨덴 왕위 계승 서열 1위인 빅토리아 공주가 개인 헬스 코치 다니엘 베스틀링과 결혼했다. 처음에 강력히 반대했던 구스타브 국왕은 예비 사위가 왕실 의전 담당자에게 집중적인 '여왕 남편' 훈련을 받는 조건으로 결혼을 허락했다.
모나코의 알베르(52) 왕자도 올여름 20세 연하인 남아공의 국가대표 수영선수 셜린 위트스톡과 결혼을 발표했다. 알베르 왕자는 모나코 왕비였던 할리우드의 전설적 여배우 그레이스 켈리의 아들. 모나코는 그레이스 켈리를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금발 왕실 안주인의 등장에 흥분했다.
- ▲ 덴마크 프레데리크 왕세자와‘대학 교직원’출신 도널드슨. /시드니 모닝헤럴드
덴마크의 프레데리크(42) 왕세자는 2000년 올림픽이 열리는 호주 시드니에서 만난 평범한 여성 메리 도널드슨(38)과 2004년 5월 결혼했다. 근검한 왕실을 자랑스러워하는 덴마크 국민은 왕세자와 평범한 여성의 결혼을 크게 환영했다고 호주 시드니모닝헤럴드는 보도했다. 앞서 2004년 스페인 펠리페 왕세자는 TV 앵커우먼 출신 레티시아와 결혼했다.
NYT는 "왕위 계승자와 평민의 결혼이 항상 성공적이었던 것만은 아니다"고 했다. 촉망받는 외교관이었던 일본의 마사코 왕세자빈은 결혼 뒤 왕자를 낳지 못하는 문제 등이 겹치며 대중 앞에서 거의 모습을 감췄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