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씨는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평균율 등의 음반에서 엄격한 해석을 선보였던 연주자다. 바흐의 모든 건반 음악을 5년에 걸쳐 연주하는 기록도 남겼다. 1993년 한국예술종합학교 개교 때부터 줄곧 이곳 교수로 재직해 왔다. 연주자와 교육자, 두 마리 토끼를 잡아왔으나 2008년 11월 독주회 뒤로는 무대에 서지 않고 있다. 대신 지난 2년간 제자 양성에 전념해 왔다.
“베토벤·슈베르트·쇼팽의 마지막 소나타를 연주한 뒤 3년 동안 쉬겠다고 선언했어요. 한 학기에 30여 명의 학생을 가르쳤는데, 이렇게 잘하는 아이들에게 시간을 더 많이 써야 한다고 생각했죠.”
강씨는 외국 학생들을 지도한 경험도 풍부하다. 2005년 한국인 최초로 쇼팽 국제 콩쿠르에서 심사를 맡았다. 그 뒤 아일랜드 더블린, 중국 상하이, 미국 클리블랜드 등에서 세계 각국의 샛별을 만났다. 올 3월엔 줄리아드 음대 ‘상주 아티스트’로 초청받아 1주일 동안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줄리아드 음대의 수준은 상상했던 것보다도 높았어요. 왜 세계 일류인지 알게 됐죠. 학생들 사이의 편차가 거의 없어 놀랐어요.” 그가 줄리아드 측의 교수 제의를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인 배경이다.

강씨는 서울대 음대 출신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음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고, 피바디 음대에서 박사 과정을 이수하던 중 한국종합예술학교 교수로 임용됐다.
김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