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게장·양곱창·꼬리곰탕… 이미 세계적 음식"이위재 기자 wjlee@chosun.com

푸른물 2010. 10. 22. 03:49

게장·양곱창·꼬리곰탕… 이미 세계적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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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10.20 03:00

'N서울타워' 총괄 주방장 영국인 던컨 로버트슨
케임브리지대 입학했지만 적성 맞춰 요리사의 길로
여자친구 어머니의 사골국… 따스함 느껴진 '진짜 요리'

"간장게장, 양곱창, 꼬리곰탕은 대단한 음식이에요. 이런 한식(韓食)에 양식의 감각을 잘 섞으면 세계적 퓨전요리가 탄생할 겁니다."

1년 전 서울에 온 영국인 요리사 던컨 로버트슨(33)씨의 얘기다. 그는 서울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식당이랄 수 있는 N서울타워(남산타워) 꼭대기의 회전식 레스토랑 '엔그릴'의 톱셰프다. 한식·양식·카페 등을 총괄한다.

요리사 커플인 던컨 로버트슨과 전규정씨. 이들은 식사 후 고객의 “맛있다, 멋지다”는 의례적 칭찬은 믿지 않는다고 했다. 대신 음식을 맛볼 때의 표정을 보고 모든 것을 안다고 했다. /이위재 기자

그는 지난해 11월 여자친구인 전규정(32)씨를 따라 한국에 온 뒤 한식의 세계에 눈을 떴다. 그는 음식점 평가지 '미슐랭가이드'에서 별점(star) 1개를 받은 요리사 출신이다. 로버트슨은 "서울 소공동 P레스토랑과 신사동 J식당 등은 미슐랭가이드에 실린 어느 외국 레스토랑에도 뒤지지 않는 맛을 가졌고, 여자친구 집에서 어머니가 만들어 주신 사골 국물과 깍두기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뭔지 알 순 없지만, 음식에서 따스한 기운이 느껴졌어요. 이런 게 진짜 요리죠."

전씨도 엔그릴의 요리사다. 둘은 한식의 잠재력을 세계에 알리겠다는 생각이다. 일단 미슐랭가이드 한국판이 나오면 '엔그릴'부터 별점을 따는 것이 목표다. 둘은 얼마 전 삼겹살을 천천히 익힌 뒤 사과와 호박을 곁들인 '포크밸리'를 개발해 내놓았다.

로버트슨은 영국 명문 사립 해로스쿨을 마치고 1995년 케임브리지대에 입학했다. 아버지는 변호사가 되길 바랐지만 케임브리지는 그와 맞지 않았다. 요리사의 길을 택했고, 런던 웨스트민스터 킹스웨이 칼리지에서 요리를 배웠다. 이후 미슐랭가이드 3스타 레스토랑인 아일랜드의 '팻덕(The Fat Duck)', 요식업계 신화로 꼽히는 파리의 '조엘 로뷰숑(Joel Robuchon)' 등을 거쳤다. 파리에서 만난 전씨와 프랑스 시골 브리브에서 레스토랑 '렁비(L'envie)'를 운영하며 완전 무명이던 이곳을 1스타 명소로 키웠다.

미슐랭가이드는 포크(5개)와 별(3개)로 음식점 수준을 가늠하는데 파리의 수준급 레스토랑 2만개 가운데 별점을 딴 곳은 64개에 불과하다.

"사랑하는 연인의 고향인 서울을 가까이서 느껴보고 싶어서 왔어요. 서울 사람은 도쿄상하이보다 친근하고 활력이 넘치네요." 그는 좋은 식자재를 고르기 위해 노량진수산시장이나 가락동 농수산물시장도 자주 들른다.

"미각에서 머물지 않고 영감을 일깨우고 감정을 자극하는 요리를 만들어야죠. 열정을 갖고 작은 재료 하나도 애인이나 갓난아기를 대하듯 세심하고 애정 어린 손길로 대하려고 애써요. 그래야 진정한 맛이 나오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