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절초 - 박용래(1925∼80)
누이야 가을이 오는 길목
구절초 메디메디 나부끼는 사랑아
내 고장 부소산 기슭에
지천으로 피는 사랑아
뿌리를 대려서 약으로도 먹던 기억
여학생이 부르면 마아가렛
여름 모자 차양이 숨어있는 꽃
단추구멍에 달아도
머리핀에 꽂아도 좋을 사랑아
여우가 우는 추분 도깨비불이
스러진 자리에 피는 사랑아
누이야 가을이 오는 길목
메디메디 눈물 비친 사랑아
『박용래 약전』을 쓴 소설가 이문구는 시인을 눈물의 시인이라고 했다. 그에 따르면 시인과 만나는 수십 년 동안 시인이 울지 않는 걸 단 두 번밖에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시인의 눈물은 스러져버린 것들에 대한 연민으로부터 온다. 지금은 스러지고 없는 여우와 도깨비불과 고향에 얽힌 기억 속의 풍경들이 일찍 간 누이 같은 구절초 속에서 되살아난다. 구절초는 조촐하고 소박한 자태가 일품인 꽃이다. 이 가을, 구절초 옆에 앉아 먼 길 떠나는 꽃향기라도 배웅해야겠다. <손택수·시인>
누이야 가을이 오는 길목
구절초 메디메디 나부끼는 사랑아
내 고장 부소산 기슭에
지천으로 피는 사랑아
뿌리를 대려서 약으로도 먹던 기억
여학생이 부르면 마아가렛
여름 모자 차양이 숨어있는 꽃
단추구멍에 달아도
머리핀에 꽂아도 좋을 사랑아
여우가 우는 추분 도깨비불이
스러진 자리에 피는 사랑아
누이야 가을이 오는 길목
메디메디 눈물 비친 사랑아
『박용래 약전』을 쓴 소설가 이문구는 시인을 눈물의 시인이라고 했다. 그에 따르면 시인과 만나는 수십 년 동안 시인이 울지 않는 걸 단 두 번밖에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시인의 눈물은 스러져버린 것들에 대한 연민으로부터 온다. 지금은 스러지고 없는 여우와 도깨비불과 고향에 얽힌 기억 속의 풍경들이 일찍 간 누이 같은 구절초 속에서 되살아난다. 구절초는 조촐하고 소박한 자태가 일품인 꽃이다. 이 가을, 구절초 옆에 앉아 먼 길 떠나는 꽃향기라도 배웅해야겠다. <손택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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