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아, “남자친구요? 사랑할 준비는 돼 있는데…”

'아시아의 별' 보아(24)가 6집 앨범 '허리케인 비너스'를 발표하고 5년 만에 국내 무대로 돌아왔다. 2005년 5집 앨범 '걸스 온 탑' 이후 일본·미국 등 해외 활동에 주력했던 그는 2010년 데뷔 10주년을 맞아 국내 팬들을 위한 앨범을 준비했다.
앨범 발표를 하루 앞둔 4일 서울 압구정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보아는 다소 야윈 모습. 젖살이 쏙 빠져 성숙한 여인의 매력도 느껴졌다. 보아와 4가지 키워드를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데뷔 10주년
보아는 지난 10년에 대해 "끊임없이 음악을 배워온 시간"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일본과 미국에서 활동하면서 음악적 기술과 퍼포먼스는 많이 발전했어요. 다양한 장르에 도전해 음악적 폭을 넓힐 시기라고 생각했습니다. 김동률·지누·넬 등 기존 제가 추구하던 음악과 다른 장르의 뮤지션들과 콜래보레이션(공동작업)을 시도했습니다."
10년차 가수가 되면서 후배도 많이 생겼다. 최근 가요계 대세인 걸그룹 스타들 중엔 10년 전 보아를 보며 꿈을 키운 이들도 제법 된다.
"저보다 나이 많은 후배도 많아요. 그래도 꾸벅꾸벅 인사하는 거 보면 귀여워요. 아이돌 그룹의 실력은 뛰어나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은 부족한 듯해 아쉬워요."
보아는 지난 10년 보다 앞으로 10년에 더 의미를 두고 싶어했다.
"'10주년'하니까 묵직해요. 이제 시작 단계를 막 넘었을 뿐인데요. 10년 동안 '노래하는 보아'였다면, 앞으로 10년은 '음악하는 보아'로 성장해야죠. 그때도 제 나이는 서른넷. 여전히 젊네요."
◆허리케인 비너스
앨범 제목 '허리케인 비너스'에는 보아의 사랑관과 음악에 대한 열정이 담겨있다.
"강렬한 허리케인과 '사랑의 여신' 비너스를 합쳤어요. 정열적인 사랑을 하고 싶다는 의미를 담고 있죠. 허리케인의 중심부는 평온하다고 하더군요. 그 안에 내 남자를 가둬두고 사랑하겠다는 뜻이기도 해요. 남자친구요? 없어요. 허리케인처럼 사랑할 준비는 돼 있는데."
수록곡을 들어보면 보아의 음악에 대한 욕심도 엿보인다. 전공인 댄스곡부터 발라드·일렉트로닉·모던록·재즈 등 다양한 장르의 노래로 가득 차있다. 보아가 직접 작사·작곡에 참여한 곡도 4곡이나 된다.
"'소녀였던 보아가 이런 노래도 부를 수 있게 됐구나'하는 걸 팬들이 느껴주셨으면 해요. 20대로서 풋풋함과 열정을 동시에 갖춘 음악인 보아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죠."
◆미국 팝시장 도전
보아는 2008년 미국 데뷔 앨범 'BoA'를 발표하고 팝의 본고장에 도전했다. 빌보드 앨범 차트 127위에 오르는 성과를 남겼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에서 최고로 평가받던 보아에겐 실망스러운 성적. 그의 미국 팝시장 도전은 아직은 '실패'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2007년 가수라는 직업에 회의를 느꼈어요. 똑같은 생활의 반복이 지루했고, 계속 해야하나 고민했죠. 그 무렵 미국 진출 제의를 받았어요. 신선한 도전이었고, 중요한 터닝 포인트였어요. 조용히 앨범 내고 온 것처럼 되긴 했지만 음악적으로 많은 걸 배웠습니다. 결과가 좋았으면 더 좋았을텐데요."
보아는 미국 팝시장 도전은 여전히 진행 중임을 강조했다.
"국내에선 알아주지 않아서 서운하지만, 빌보드 앨범 차트 127위는 대단한 성과였어요. 미국 음반사의 제의가 요즘도 계속 들어와요. 시간적 여건이 맞으면 언제든지 다시 도전할 채비를 갖추고 있어요."
◆할리우드 영화계 진출
보아는 미국 팝시장 도전으로 뜻하지 않은 성과를 얻었다. 할리우드 영화에 주인공으로 캐스팅됐다. '스텝업' 등 댄스 영화 각본가로 유명한 듀언 애들러가 각본 및 연출을 맡는 댄스 영화다.
"연기에 대한 욕심은 없었어요. 영화 출연 제의를 받고 '노래하기도 바빠 죽겠는데' 했다가, 댄스 영화라는 말을 듣고 생각을 바꿨어요. 아직 제목도 미정이고 남자 배우 캐스팅도 안됐지만, 촬영이 시작될 내년 초가 기다려져요. 상대역은 누가 했으면 좋겠나고요? '점퍼'의 헤이든 크리스텐슨이요. 잘생겼잖아요."
그는 연기를 계속 할 지에 대해선 미지수라고 했다.
"가수라는 직업에 자긍심이 강해요. 연기에 도전하는 가수가 되고 싶진 않아요. 뛰어난 연기력을 인정받아 '배우 보아' 타이틀을 얻는다면 생각해보겠지만, 가수로서 연기하진 않을 겁니다."
이동현 기자 [kulkuri7@joongang.co.kr]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