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익은 배추김치 빠진 밥상 생각도 못해”
다논 코리아의 올리비에 포주르 사장이 직접 담근 김치를 권하고 있다. [정치호 기자] | |
발효유 등을 생산하는 식품업체 다논 코리아의 올리비에 포주르(44) 사장은 주한 외국인 사회에서 ‘김치 없이는 못 사는 프랑스인’으로 소문나 있다. 한국인의 밥상에서 김치가 빠져서는 안 되는 것처럼, 그 또한 한식을 먹을 때 김치를 항상 곁들인다.
“한국의 불고기 같은 경우 다른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여느 달콤한 쇠고기 요리와 맛이 비슷할 수 있지만 김치는 그렇지 않습니다. 한국의 진정한 고유 브랜드인 것이죠.”
프랑스 출신인 포주르 사장이 배추김치를 처음 맛본 것은 2007년 그가 다논 코리아 사장으로 갓 부임했을 때다. 당시 그는 삼성동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서울 호텔에서 잠시 머물렀는데 항상 호텔 1층에 위치한 뷔페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고 한다. 일식·서양식·중식 등 다양한 요리가 준비되어 있었는데 그의 눈을 단번에 사로잡은 것은 다름이 아닌 바로 배추김치였다.
그는 “처음 맛본 김치의 맛은 무척이나 새로웠다”며 “마치 세상에서 하나뿐인 미술작품을 발견한 것과 같았다”고 김치와의 첫 만남을 회상했다.
“배추김치의 신선한 맛에 끌려 계속 먹다 보니 지금은 제게 없어서는 안 될 반찬이 되었습니다. 한국에 있으면서 언젠가는 대표적인 발효 식품중 하나인 김치를 꼭 만들어 보고 싶었어요.”
싱싱한 배추를 손질해 4등분 하는 것을 시작으로 포주르 사장이 본격적인 배추김치 만들기 도전에 들어갔다. 그는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호텔의 박물아 주방장의 도움을 받아 배추를 절이기 위해 소금물에 담갔다. 배추를 절이는 시간이 6~7시간이기 때문에 시간 관계상 박 주방장이 전날 절여둔 배추를 사용해 김치를 만들기로 했다.
김치 속 재료를 만들기 위해 그는 서툰 솜씨로 조심스럽게 무·실파·미나리 등 각종 야채를 4센티미터 길이로 일정하게 채 썰고 마늘·양파·생강을 손질해 씻은 뒤 믹서에 반 컵의 물을 넣고 곱게 갈았다. 새우젓은 다져서 멸치젓과 함께 고춧가루를 풀었다. 그는 준비된 모든 재료를 고루 섞은 다음 쌀가루에 적량의 물을 넣고 쑨 풀물을 넣고는 설탕·소금으로 간을 했다. 단맛을 내기 위해 배도 갈아 넣었다. 기호에 따라 넣는 잣·은행·대추·밤 등도 얇게 썰어 넣었다. 포주르 사장은 박 주방장이 건네준 비닐장갑을 끼고 속 재료를 살살 섞어 버무렸다. 마지막으로 배추 사이사이에 양념을 넣은 뒤 일일이 배추 잎으로 단단히 쌌다.
마침내 배추김치가 완성되자 포주르 사장은 기대에 찬 모습으로 맨손으로 배추 잎 하나를 떼어 맛을 봤다. 그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더니 “양념이 아직 배추에 충분히 배어들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얼마 동안 익혀야 본래의 맛이 나는지”를 물어보자 박 주방장은 “더운 여름에는 하루, 겨울에는 이틀 정도 실온에 놓아 익힌 후 냉장고에 넣어야 그 맛이 제대로 난다”고 설명했다.
포주르 사장은 그가 처음 만든 김치를 박 주방장이 둥근 항아리에 넣어 선물하자 홉족한 표정을 지었다.
“프랑스의 대표 발효식품인 치즈처럼 한국의 김치도 건강을 생각하는 많은 현대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는 항아리를 꼭 끌어안으며 “몸에 좋은 발효식품인 김치를 세계 무대에 알리기 위해 외국인 홍보대사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포주르 사장은 김치의 세계화를 위해서 ‘현지화’를 강조했다. 그는 “한국 소비자들이 과일 중에서도 특히 사과를 즐겨 먹는다는 자체 연구조사가 나와 이를 바탕으로 관련 제품을 한국 시장에 선보였다”며 “풀무원·CJ 등 김치를 대량 생산하는 한국의 대표 식품회사들도 김치제품을 외국에 선보이기 전에 해당 지역 소비자들의 입맛을 먼저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고춧가루가 듬뿍 들어가 맛이 강하고 매운 김치보다 순한 백김치나 물김치를 먼저 해외 시장에 소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글=이은주 중앙데일리 기자
사진=정치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