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美食축제' 참가한 입양아 출신 '미슐랭 스타 요리사' 상훈 드장브르
"세계에 韓食 널리 알릴 것 막걸리에 신맛 더하면 유럽 젊은층에 통할 듯"
주위엔 노란 머리와 크고 둥근 눈을 가진 아이들밖에 없었다. 까만 머리에 가는 눈은 혼자였다. '나는 왜 다를까.' 소년의 작은 질문에서 '별'을 향한 여정은 시작됐다. 세계적인 레스토랑 평가서 미슐랭 가이드가 별 2개(최고점 3개)를 부여한 '스타 레스토랑'의 주인이자 주방장인 상훈 드장브르(41)는 "요리는 나를 확인하고, 표현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5세 때 벨기에에 입양됐다. 겉으로는 영락없는 한국인이지만 입은 불어에, 혀는 유럽식 미감에 익숙하다.30일까지 열리는 '서울 고메(Gourmet·미식가)'에 참가하는 그를 지난 25일 서울 광진구 광장동 W호텔에서 만났다. 17세에 소믈리에로 요리에 입문한 그는 분자요리 전문가. 30일 저녁 W호텔에서 한국 식재료에 영감을 받은 분자요리를 선보인다.
―한식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행사 주최측에서 두 달 전에 여러 식재료를 보냈다고 하는데, 어떤 것을 받았고, 무엇이 가장 인상깊었나?
"간장·고추장 등을 받았다. 고추장이 제일 매력적이었다. 뚜껑을 여는 순간 '이게 한국의 냄새구나' 싶었다. 고추장만으로도 다양한 질감의 분자요리를 창조할 수 있을 것 같다."
- ▲ 벨기에의 스타 셰프 상훈 드장브르가 지난 15일 광장동 W호텔에서 프라이팬을 들고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음식에 대한 풍부한 감수성만큼이나 표정도 다양했다. /채승우 기자 rainman@chosun.com
"어릴 때 입양됐기 때문에 한국에 대해서는 희미하고 단편적인 기억밖에 없다. 그런데도 고추장을 처음 맛본 순간 무언가 느낌이 왔다. 마치 희미한 옛 기억에 색감이 불어넣어진 듯했다."
―미슐랭의 '별'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별을 위해서 요리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회의 문을 열어줬다는 점에서 고맙게 생각한다. '스타 셰프'가 되면서 내 뿌리와 닿아 있는 한식을 알릴 기회가 더 많아졌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전 세계에 한식을 적극적으로 알릴 '한식 대사(大使)'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