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외국인 CEO의 한식 만들기 ⑩ 인터컨티넨탈 서울 호텔 총지배인 디디에 벨

푸른물 2010. 9. 15. 07:35

외국인 CEO의 한식 만들기 ⑩ 인터컨티넨탈 서울 호텔 총지배인 디디에 벨투와즈[조인스]
“비빔밥, 가장 창의적 한식”
기사입력: 05.14.10 20:58

벨투와즈 총지배인이 직접 만든 비빔밥 위에 새싹 채소를 얹고 있다. [정치호 기자]
“흰 쌀 밥 위에다 신선한 야채를 얹고 고추장 양념과 참기름을 알맞게 넣어 비비는 이 맛은 그야말로 일품입니다. 비빔밥을 먹어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맛이죠.”

인터컨티넨탈 서울 호텔의 디디에 벨투와즈(54) 총지배인은 주한 외국인 사회에서 비빔밥 애찬론자로 꼽힌다. 프랑스 출신인 그는 우연히 접했던 비빔밥의 깔끔한 맛과 화려한 색상의 조화에 반한 뒤부터 한식당에 가면 항상 비빔밥을 찾는다.

“당근·애호박 등 신선한 야채를 따로 볶아 간을 하고, 콩나물·도라지 등 각종 나물도 삶아 한데 먹을 수 있는 비빔밥은 한국에서만 접할 수 있는 멋진 음식입니다.”

그가 비빔밥의 애호가가 된 또 다른 이유도 있다.

“평소 매운맛에 익숙하지 않은 저에게 있어 비빔밥만큼 좋은 음식은 없습니다. 원하는 만큼의 고추장 양을 넣어 맛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고추장 양념을 너무 많이 넣어 매운맛이 강하다면 밥과 참기름을 더 넣어 맛을 완화하면 됩니다.”

그는 “한식 중에서도 비빔밥은 가장 창의적인 음식”이라며 “좋아하는 나물이나 야채가 있다면 이를 더 넣어 본인만의 새로운 맛을 살리고 창조해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개인적으로는 새싹채소가 듬뿍 들어간 비빔밥을 좋아한다고 한다.

1977년 파리 호텔경영학교를 졸업한 뒤 30년 넘게 호텔리어로 지낸 벨투와즈 총지배인이 비빔밥을 처음 맛본 것은 그가 한국과 처음 인연을 맺은 90년.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의 레지던트 매니저로 일하기 위해 한국에 4년간 머무를 때다. 당시 부인인 최정화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 이사장을 만나 결혼을 하면서 비빔밥을 자주 먹게 됐다.

당시를 회상하던 그는 “비빔밥은 맛도 맛이지만 밥과 나물을 스스로 비벼야하는 등 요리하는 과정에 참여할 수 있어 외국인으로서 독특한 경험이었다”고 한다.

비빔밥의 맛과 멋을 잊지 못하던 그는 한국에서의 첫 근무를 마친 뒤 싱가포르·필리핀 등의 해외 근무를 거쳐 2004년 다시 한국을 찾았다.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총지배인(사장급)으로 부임한 그는 2008년부터는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총지배인을 겸하고 있다.

요리가 취미라는 그는 먼저 앞치마를 두르자마자 야채들을 꼼꼼히 씻어 손질을 한 뒤 곱게 채를 썰어 양념을 쳤다. 그를 옆에서 도와주던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의 강연숙 주방장이 그의 능숙한 솜씨를 칭찬하자 벨투와즈 총지배인은 “서비스업인 호텔산업에 종사하려면 요리를 포함해 두루두루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강 주방장이 미리 불려놓은 마른 취나물·고사리·표고버섯 등을 삶아 썰고 쇠고기 어깨살도 손가락 모양으로 얇게 썰어 볶았다. 모든 준비가 끝난 뒤 벨투와즈 총지배인은 그릇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을 담고 재료들을 색깔별로 보기 좋게 돌려 담은 다음 고추장을 조금 넣고 대신 참기름을 듬뿍 넣어 함께 쓱싹쓱싹 비비기 시작했다. 각 재료 본연의 맛을 음미하기 위해 이번에는 고추장을 조금만 넣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마침내 음식이 완성되자 그는 “다채로운 색깔이 한데 어우러져 마치 하나의 예술작품 같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한 수저 떠서 맛을 음미하고서야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이제야 됐다는 듯이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여러 나라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벨투와즈 총지배인은 한식세계화를 위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해외에 나가보면 아직까지도 일·중 식당에 비해 한식당이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라고 안타까워하며 “한식에 대한 자부심을 새롭게 갖고 외국시장에다 적극적으로 한식당을 열어 세계인의 미각을 공략해야 할 때”라고 주문했다. 비빔밥이야말로 한국의 대표음식이라며 세계시장 진출의 첫 주자로 손색이 없다고 강조했다.

글=이은주 중앙데일리 기자
사진=정치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