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賀를 일컬어 흔히 ‘鬼才’, ‘詩鬼’ 또는 ‘鬼仙’ 이라고 한다. 그만큼 鬼氣서린 시에 능하다는 말이다.이 작품도 그의 이른바‘귀신 시’를 대 표하는 절창이다. 이하는 27세로 요절한 천재시인으로 중국문 학사의 특이한 존재였다. 그는 “몸이 가냘프고 여위었으며 양쪽 눈썹이 이어져 있고 손가락 과 손톱이 길었다.”는 기록(李商隱의 <李長吉小傳>)에서 볼 수 있듯이 외모에서부터 예민한 감수성을 지닌 인물이었던 것 같다. 게다가 17 세 때에 머리칼이 하얗게 세는 신체적 변화를 겪었다고 한다.그는18세에 이미<雁門太守行> 이란 시로 당대의 문호인 韓愈의 인정을 받았으 나, 어이없는 이유로 과거시험에 응시조차 하지 못하고 고향으로 돌아가 쓸쓸한 생활을 하다가 27세로 세상을 하직했다. 그가 進士科에 응시하 지 못한 것은, 進士科의 ‘進士’가 그의 아버지 이 름인 ‘晉肅’과 音이 같다는 이유 때문이었다.(물 론 중국어 발음으로) 그러므로 그의 시에는 현 실에 대한 불만과 좌절을 뛰어넘으려는 낭만적 상상력이 짙게 배어있다.그가 天上의 세계,死後의 세계를 노래한 환상적인 시를 많이 남긴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소소소묘>도 그러한 작품 중의 하나이다. 蘇小小는 南齊시기의 才色을 겸비한 名妓였다 고 하는데, 古樂府의<蘇小小歌>에 이런 노래가 전한다. “나는야 油壁車타고 / 낭군은 靑驄馬타 고서 / 어디 가서 한마음 묶어볼거나 / 西陵의 소 나무,잣나무 아래라네.” 이 노래로 미루어 보아 그녀는 생전에 이루지 못한 사랑 때문에 한을 품고 죽은 것 같다. 이하는 이 시에서 죽은 소소 소의 혼을 불러내어 살아 움직이게 하고 있다. 제1聯에서 小小의 무덤가 난초에 맺힌 이슬 을 그녀의 눈물로 묘사하고 있다. 그녀는 못 이 룬 사랑 때문에 죽어서도 눈물을 흘리고 있다. 무덤 속에서도 그녀는 두 마음을 한마음으로 묶어줄 사랑의 정표를 찾고 있다. 무덤가에 피 어있는 안개 같은 꽃을 꺾어 사랑의 정표로 낭 군에게 드리면 되겠지만 그 꽃을 꺾을 수가 없 다. 꽃은 무덤가에 피어있고 그녀는 무덤 속에 누워있으니까. 3, 4聯에서는 무덤 주위의 풍경을 빌어 소소 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풀은 그녀가 깔고 자는 요이고 소나무는 그녀가 쓰는 日傘이다. 바람결 에 그녀의 치맛자락이 나부끼는 듯하고 물소리 는 그녀가 차고 있는 패옥이 부딪치는 소리와 같다.무덤 주위의 모든 물상에서小小의 숨결 을 느낀다. 이제 소소의 영혼이 무덤에서 나와 주위를 가득 채운다. 이하의 呪術이 그녀의 혼 을 불러낸 것이다. 어느덧 저녁이 되자 그녀가 평소 타고 다니 던 油壁車가 와서 대기하고 있다. 油壁車는 淸油를 칠한 수레로 귀부인들이 타는 호화로운 수레이다.물론 이것도 환상이다.유벽거에는 ‘차갑고 푸른〔冷翠〕’등불이 켜져 있다.이 등불 은 낭군과의 만남을 위하여 켜놓은 것이다. ‘차 갑고 푸른’ 등불은 빛만 있고 불꽃은 없는 등불 곧 도깨비불이다. 도깨비불이 실제 등불이 아니 듯이 小小도 유벽거를 타러 나오지 않는다. 무 덤 속에 누워있기 때문이다. 이 鬼火를 보고 이 하는 환상에서 현실로 돌아온다. 현실로 돌아와 보니,그녀가 살았고 죽어서 묻힌 이西陵땅에 는 비바람이 불고 있었다. 西陵은 지금의 항주 錢塘江서쪽에 있다. 이 비바람 속에 소소의 하 소연이 들리는 듯하다. 이 시는 小小의 형상에 이하 자신의 모습을 투영한 것으로 보아도 좋을 것이다. 생전에 못 이룬 사랑을 죽어서도 잊지 못하는 소소의 형 상과, 뛰어난 재능을 지니고도 사람들이 알아주 지 않아서 웅대한 이상을 실현하지 못하는 자 신의 모습이 겹쳐졌을 것이다. 李賀처럼 불우한 삶을 살다가 꼭 같이 27세 에夭折한天才詩人李彦瑱(1740~1766)을 당시 ‘朝鮮의李長吉’(長吉은李賀의 字)이라 稱한 것 으로 보아 조선시대에도 李賀의 작품이 널리 읽혔던 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