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지리산

푸른물 2010. 8. 27. 07:21

지리산 / 청 수



남원에서 정령치로 오르는 지리산은

승합차가 구불구불 올라가느라 숨이 차는데

내려다보는 경관은 장엄해서 눈을 뗄 수가 없고

아! 어!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데

천 미터에 가까운 고지에서 벼가 자라니 또 놀라고

더 올라가니 옹기종기 마을이 있어 더 놀랐네.


한 시간이 안 되어서 성삼재에 도착하니

어젯밤 더워서 잠을 설쳤던 것이 꿈인 것처럼

시원한 바람이 반갑게 맞아 주니 마음도 시원해지는데

지리산의 상쾌한 바람에 놀란 나의 위장이

노고단에 오르는 길을 막아 휴게소에서 일행을 기다리는데

바람이 불다가 안개가 자욱해지고 해가 나다가 비를 뿌리고

날씨가 12가지로 얼굴을 바꾸니 지루할 틈이 없었네.


하산은 초보운전처럼 조심조심 내려가는데

춘향묘와 육모정 근처에 있는 서래헌에서

전라도 음식의 감칠맛을 한껏 맛보고

너럭바위로 내려가려니 소나기가 쏟아져서

비가 잠깐 그친 사이에 계곡에 발을 담구니

지리산 치마폭 같이 넓고 시원한 물이 발을 덮는데

경상남도와 전라남북도의 삼도를 아우르는

어머니와 같은 지리산의 넉넉함을 발끝에서 온몸으로 느끼면서

마음의 부자가 된 듯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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