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 -류근(1966~ )
사막도 제 몸을 비우고 싶은 것이다
너무 오래 버려진 그리움 따위
버리고 싶은 것이다
꽃피고 비 내리는 세상 쪽으로
날아가 한꺼번에 봄날이 되고 싶은 것이다
사막을 떠나 마침내 낙타처럼 떠도는
내 고단한 눈시울에
흐린 이마에
참았던 눈물 한 방울 건네주고 싶은 것이다
오늘은 오랜만에 역설을 말해보자. 때 없이 우리의 눈을 가리곤 하는 반갑지 않은 손님, 뿌연 모래바람, 당신은 황사를 어떻게 보았는가. 마스크로 호흡기관을 가리고 깊은 걱정에 잠겨, 중국의 사막을 원망만 하였는가. 위의 시인처럼 황사를 또 다른 시각으로 보지는 않았는가. 사물에는 이렇게 한 개의 시각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 잠시 황사의 몸속을 바라보자. 그것을 통하여 나의 속도 바라보자. 눈물의 속도 바라보자. 다원성의 시각을 우리에게 가능하게 하는 것. 시의 미덕이다. 그렇다면 황사주의보를 당신에게도 내려야 하리라. 사물을 ‘들여다’ 보지 않는, 말하자면 보는 법을 잊어버린 당신에게. 막연히 지나치는 오늘의 거리에서. <강은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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