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꽃 핀 마을 - 이호우 (1912 ~ 1970)
살구꽃 핀 마을은 어디나 고향같다
만나는 사람마다 등이라도 치고지고
뉘집을 들어서면은 반겨 아니 맞으리.
바람없는 밤을 꽃그늘에 달이 오면
술 익는 초당마다 정이 더욱 익으려니
나그네 저무는 날에도 마음 아니 바빠라.
잘 써진 시조는 가끔 우리의 피를 건드린다. 고향을 ‘느릿느릿’ 노래하는 위의 현대시조도 그렇다. 지금은 사라진 그 어떤 풍경, 등이라도 만져주고 싶다는 시구가 어딘가 아득한 그런 곳을 꿈꾸게 하지 않는가. 이것저것 악다구니도 없고…, 그러나 서로 만져주고 싶은 곳, 그런 곳, 그런 곳이 그립다. 술 익는 초당마다 나그네들이 쉬엄쉬엄 지나가는 우리네 고향, 사람 사는 내음에 늘 출렁거리는 곳, 그곳이 차마 잊어지지 않는 아침. 다시 해가 떴다. 저무는 날에도 여유로운 마음들이기를. 당신들의 하루를 시간이라는 깊디깊은 자루에 넣는 일터가 그런 곳이 되기를. <강은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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