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무개념 운전 이제 그만] 나들목 놓쳤다고 '묻지마 후진' 고장 차량 옆에서

푸른물 2010. 7. 10. 07:51

무개념 운전 이제 그만] 나들목 놓쳤다고 '묻지마 후진' 고장 차량 옆에서 우왕좌왕하다 참사… "갓길은 안전지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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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7.07 03:14 / 수정 : 2010.07.07 06:02

[무개념 운전 이제 그만] [1] 안전 의식 '제로'
운전 실력 과신하며 기본 안전수칙 안 지켜 어이없는 사고 속출

지난달 14일 오후 7시 55분쯤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안성나들목 부근에서 승합차를 트럭이 잇따라 추돌해 승합차 운전자 등 3명이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승합차를 운전하던 이모(55)씨와 동승자 1명은 달리던 차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 편도 4차로 중 3차로에 차를 세우고 둘러보다 참변을 당했다.

뒤따라 오던 2.5t 트럭에 치여 4차로로 튕겨나갔다가 구모(64)씨가 운전하는 5t 트럭에 다시 치여 그 자리에서 숨졌다. 트럭 운전사 구씨도 숨졌다.

사고를 부른 것은 운전자의 안이한 생각이었다. 경찰은 "운전자가 지켜야 할 기본 수칙을 따르지 않아 발생한 참사(慘事)"라며 "고속도로에서 사고나 차량 고장 같은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차를 갓길로 이동해야 한다"고 했다. 삼각대 등 안전시설을 설치하고 경찰이나 보험사에 알리는 것은 그다음에 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운전자가 '기본'을 지키지 않아 발생한 사고는 이 밖에도 무수히 많다. '운전 경력이 얼마인데' '설마 나에게 사고가…' 같은 생각에 무심코 안전 수칙을 위반하다 귀한 생명을 잃는 경우가 도로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인천대교 버스 추락사고로 13명이 목숨을 잃었지만 안전 불감증은 여전하다. 6일 오후 서해안고속도로에서 고장 난 차량 운전자들이 갓길에 차를 세운 채 가드레일 위에 앉아 있다. 안전 삼각대도 설치되지 않았다. /오종찬 기자 ojc1979@chosun.com
고속도로 나들목 인근에서도 사고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나들목을 지나친 뒤 후진하다 사고를 내고, 아예 잘못 진입한 뒤 역주행하다 마주 오는 차와 충돌하기도 했다. 지난 3월 29일 김모(65)씨가 모는 SM5 승용차가 중앙고속도로 춘천휴게소 인근에서 역주행하다 마주 오던 박모(34)씨의 윈스톰 차량과 충돌해 김씨가 숨졌다.

작년 12월 5일에는 경부고속도로에서 타이어가 터져 멈춰선 차량 때문에 추돌사고가 발생해 운전자가 숨졌다. A(65)씨가 운전하던 그랜저 승용차 앞쪽 타이어가 터지면서 차량이 중앙분리대를 들이받고 4차로까지 밀려났다. 차에서 내려 터진 타이어를 보고 있던 A씨를 뒤따르던 11t 트럭이 덮친 것이다.

급한 마음에 도로 위에 멈춰선 차량에 들어가 휴대전화로 연락을 하다 뒤따르는 차량에 추돌당하는 사고도 적지 않다. '비상등을 켜 놓았으니 뒤따르는 차량 운전자들이 나를 보겠지' 하는 안이한 생각이 대형 참사를 부른 것이다. 시야가 좁아지는 야간에는 앞차 후미등만 보고 따라가는 운전자들이 많기 때문에 사고 위험성은 극히 높아진다.

갓길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갓길은 비상상황에서 잠시 정차하는 곳일 뿐"이라며 "갓길에 차를 세워놓고 잠들다 큰 사고를 당한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작년 9월 남해고속도로에서 5명의 목숨을 앗아간 3중 추돌사고는 빗길을 운행하던 승용차가 갓길에 정차된 고장 차량을 들이받아 일어났다. 골목길 사고도 많다. 경찰은 "운전 시야가 넓지 못한 초보 운전자들이 골목길에서 통행차량을 주시하지 않고 아무 데서나 튀어나가 교통 흐름을 방해하고 사고를 내는 일이 적지 않다"며 "특히 골목길에서 '내 맘대로 운전'을 하며 서로에게 불편을 주는 운전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고장 차량과 관련된 사고의 사망자 비율이 일반 사고보다 훨씬 높았다. 도로교통공단 자료에 따르면 2007년부터 작년까지 이런 교통사고가 440건이나 발생해 27명이 숨지고 785명이 다쳤다. 교통사고 100건당 사망자 수는 6.1명으로 전체 교통사고의 2.7명보다 2.3배 많았다. 치사율은 40%에 달했다. 사고가 발생하면 10명 중 4명은 숨진다는 얘기다.

사고나 고장이 나면 가장 먼저 차량을 갓길로 빼내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킨 뒤 차량 뒤쪽 100m 지점(야간에는 200m)에 사고 차량이 있음을 알리는 삼각대 등 표지판을 설치해야 한다. 도로교통법은 야간에는 500m 떨어진 지점에서도 식별할 수 있는 붉은색 '불꽃 신호'나 섬광 신호 등을 추가로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차량 고장시 조치 요령'에 대해 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많은 운전자들이 '면허만 따면 그만'이라는 생각에 긴급 상황에 대한 대처 방법을 소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본적인 운전 수칙을 지키지 않는 '무(無)개념 운전자'들은 너무 많다. 나 혼자 빨리 가겠다고 꽉 막힌 고속도로 옆 갓길을 질주하다 빈틈을 파고드는 운전자, 2개 차로를 점령하고 달리는 운전자, 생명선인 중앙선을 멋대로 침범해 유턴하는 총알택시, 승용차 뒤에서 상향등을 번쩍이며 위협하는 트럭들도 있다. 최고 제한 속도가 100~110㎞인 고속도로에서 50~60㎞로 거북이 운행을 하는 차량도 있다. 고속도로 순찰대원은 "고속도로에서는 과속 못지않게 저속 운전도 위험하다"며 "시속 100~120㎞ 고속 운행에 적응된 운전자들이 이런 저속 차량을 피하려 급히 차선을 변경하다 큰 사고를 내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경찰은 단속이 어려운 현실을 내세워 계도에 치중하기보다 안전을 위협하는 규칙 위반에 대해서는 과감하고 철저하게 단속과 처벌을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