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어린 누이야 - 오장환 (1918 ~ 1951)

푸른물 2010. 7. 1. 11:34

어린 누이야 - 오장환 (1918 ~ 1951)

어찌 기쁨 속에서만 열매가 지겠느냐.

아름다이 피었던 꽃이여! 지거라.

보드라운 꽃잎알이여!

흩날리거라.

무더운 여름의 우박이여!

오 젊음에 시련을 던지는

모든 것이여!

나무 그늘에 한철 매암이

슬피 울고

울다 허울을 벗더라도

나는 간직하리라.

소중한 것의 괴로움,

기다리는 마음은

절망의 어느 시절보다도

안타까워라.

오, 나는 간직하리라.



모더니스트 시인 오장환처럼 기구한 문학적 생을 살다 간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는 1930년대에 시적 삶을 시작하여 8·15 이후에는 월북하였다. 그 때문에 북에서도 평가를 받지 못하고 남에서도 평가를 받지 못한 사람, 그러나 지금은 또 남과 북 모두에서 평가를 조금씩 얻어가고 있는 사람, 삶이란 무엇인가, 시란 무엇인가, 역사란 무엇인가, 그는 수많은 본질적 물음을 던진다, 그러나 ‘어찌 기쁨 속에서만~’ 하고 속삭이는 이, ‘아마’ ‘결국’ 시인이리라. 오늘 아침 네거리 신호등 앞으로 가는 당신의 귀에 그 희망의 몸소리는 들리는가. <강은교·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