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성(聖)발바닥’ -김수우(1959 ~ )

푸른물 2010. 7. 1. 11:40

성(聖)발바닥’ -김수우(1959 ~ )


사하라의 노을을 넘다가

신발을 벗고 동쪽을 향해

무릎 꿇는다

모래비탈에 입맞추며 기도하는

흰옷 입은 모슬렘 사내

왜 엎드린 사람의 키가 더 클까

위대한 건 신이 아니라


모래로 빚어진 나그네다

흙먼지에 수만금 갈라진 성발바닥

옷자락 날리며 핏빛 산맥을 다시 걸어가는

모래만 내짚는 모랫덩이의

맨꿈, 맨뒤꿈치

그 삼억만년 퇴적된.



사하라 사막, 모리타니에서 원주민과 함께 살았던 시인의 경험이 그대로 살아있는 시다. 혹시 지금 당신은 막 기도하다가 일어난 참은 아닌가. 모래비탈 앞에서 ‘흰 옷 입은 모슬렘 사내’도 기도하고 ‘나’도 기도한다. ‘사하라의 노을’을 넘어, ‘나’와 그 낯선 ‘사내’는 이 한 장의 언어그림 속에서 갑자기 친해진다. 발바닥 때문이다. 삼억만 년 퇴적된 모래덩이의 그 ‘맨꿈, 맨뒤꿈치’. 오늘 아침 세계의 곳곳에서 기도하는 ‘흙먼지에 수만금 갈라진 성발바닥’들을 보라. <강은교·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