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聖)발바닥’ -김수우(1959 ~ )
사하라의 노을을 넘다가
신발을 벗고 동쪽을 향해
무릎 꿇는다
모래비탈에 입맞추며 기도하는
흰옷 입은 모슬렘 사내
왜 엎드린 사람의 키가 더 클까
위대한 건 신이 아니라
모래로 빚어진 나그네다
흙먼지에 수만금 갈라진 성발바닥
옷자락 날리며 핏빛 산맥을 다시 걸어가는
모래만 내짚는 모랫덩이의
맨꿈, 맨뒤꿈치
그 삼억만년 퇴적된.
사하라 사막, 모리타니에서 원주민과 함께 살았던 시인의 경험이 그대로 살아있는 시다. 혹시 지금 당신은 막 기도하다가 일어난 참은 아닌가. 모래비탈 앞에서 ‘흰 옷 입은 모슬렘 사내’도 기도하고 ‘나’도 기도한다. ‘사하라의 노을’을 넘어, ‘나’와 그 낯선 ‘사내’는 이 한 장의 언어그림 속에서 갑자기 친해진다. 발바닥 때문이다. 삼억만 년 퇴적된 모래덩이의 그 ‘맨꿈, 맨뒤꿈치’. 오늘 아침 세계의 곳곳에서 기도하는 ‘흙먼지에 수만금 갈라진 성발바닥’들을 보라. <강은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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