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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비에 젖을 수록
빛깔 고운
잎을 피우고
새는
비에 젖을 수록
소리 고운
노래를 부르고.
이 시가 실린 동시집은 아주 정겹다. 초등학교 3학년 어린이의 순수한 그림을 곁들였기 때문이다. 어린 화가가 읽은 이 ‘시의 그림’에서 새는 동그란 눈을 하고 날개를 높이 올려 세운 채로 구불텅구불텅한 가지 위에 앉아 노래를 부르고 있다. 그 모습이 무척 생기에 가득 차 보인다. 나무는 풍경 가득 그려진 빗방울 사이로 마치 팔이라도 내민 듯하다. 새의 노래 소리를 한 소절도 흘리지 않겠다는 듯이, 내리는 비 한 방울도 흘리지 않겠다는 듯이. 오늘 비를 거부하는 건 사람뿐인 모양이다. 시를 읽는 순간 비는 생명이 된다. <강은교·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