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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 어느 날
점심을 먹으러 식당에 들어갔다
사람들이 앉아
밥을 기다리고 있었다
밥이 나오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밥뚜껑 위에 한결같이
공손히
손부터 올려놓았다
그림 한 장이 떠오르지 않는가. 모두들 공손히 손을 내밀고 밥그릇 뚜껑의 따스함을 즐기고 있는 풍경. 아마 그림의 밖은 꽤 추운 모양. 그림 속에서 밥은 어느새 손으로 전이(轉移)되었다. 그 손은 순간 여러 다른 그림을 데리고 온다. 특히 밥 하면 떠오르는 어머니의 손(하긴 신세대들은 어떠할지 모르겠지만)을. 어느 날 아픈 배를 살살 쓰다듬어주던 어머니의 투박한 약손, 식은 화로를 두 손으로 잡고 꺼져가는 재에 훅 입김을 불어넣던 어머니의 손힘. 그러나 그때 어머니의 불씨를 일으키던 ‘숨’은 얼마나 가늘었던지, 따스함 그것이었던지. 결국 그 그림들은 ‘나의 한 손’ 위에 슬그머니 ‘자기의 한 손’을 포개 얹던 어느 날의 ‘당신의 손’도 보이게 한다. 식은 밥처럼 식어가는 오늘의 시들에게 이 아침, 따뜻해져 보라고 외쳐본다. 그 목소리가 패스트푸드를 선전하는 전광판들 밑에 공허하게 울릴지라도, 울리다 말지라도 외쳐본다. 시여, 공손한 손이 자꾸 얹히는 따뜻한 밥그릇이 되어라. 어머니가 아랫목 이불 밑에 소중히 묻어두었다가 한밤중 자식들 돌아오면 늦은 상을 차리시고 올려놓으시던 따뜻한 밥 한 그릇이 되어라. 그 따뜻한 밥그릇의 언어그림 한 장이 되어라. <강은교·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