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두문불출 3년수행…불의참지 못하는 선승”

푸른물 2010. 6. 10. 19:33
두문불출 3년수행…불의참지 못하는 선승”
지인들이 말하는 문수 스님
하루 한끼 수행 중에도 사회에 대한 관심 이어가
지난해 ‘소신 공양’ 뜻 비쳐
한겨레 남종영 기자기자블로그 조현 기자기자블로그 박영률 기자 메일보내기
» 문수 스님은 세상을 뜨기 전 자신의 승복에도 볼펜으로 같은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지인들은 혹시 자신의 진의가 잘못 전달될까 우려해 여러 장의 유서를 남긴 것으로 추정했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말과 행동이 일치했던 이.”

1일 경북 군위군위읍 한 병원에 차려진 문수 스님의 영안실에서 만난 지인들의 한결같은 이야기였다. 이 날 이 곳에는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문수 스님의 중앙승가대 동문들과 이웃 사찰 스님 등 도반들과 신도들의 발길이 끊어지지 않았다. 추모객들은 차분한 분위기에서 스님과의 이별을 가슴 아파했다.

전날 문수 스님은 위천 강변에서 ‘이명박 정권은 4대강 사업을 즉각 중지·폐기하라,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하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채 자기 몸을 불살랐다. 3년 동안 문수 스님과 군위 지보사에서 함께 지내온 견월 총무 스님은 “스님이 세상을 뜨기 전날인 지난달 30일 밤 뭇생명을 해치는 4대강 사업 등에 대해 비판적인 이야기를 한 뒤 ‘나를 던져서 이를 막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스님과 오랜 교분을 맺어왔다는 산재 스님은 “지난 해 봄에도 스님이 ‘누군가 소신공양을 해서라도 4대강 사업을 막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을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스님은 자신의 몸에 불을 당기기 직전, 옆에 개어놓은 승복 윗도리 앞자락에 유서를 써놓았다. 승복 주머니에 넣어둔 수첩에도 같은 내용의 유서를 썼다. 또 자신이 3년 동안 공부했던 선방을 깨끗이 치운 뒤 탁자 위에도 같은 유서를 남겼다. 유서의 내용은 대체로 같았으나, 승복 안 유서에는 “미안하구나”라며 가족들에게, 선방의 유서에는 “후일을 기약합시다”라며 도반들에게 남긴 내용이 따로 더 담겨 있었다. 실천불교승가회 대표 퇴휴 스님은 “아마 자신의 죽음의 진의가 알려지지 않을까 우려해 여러 장의 유서를 남긴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문수 스님은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나 불가에 귀의했다. 1986년 시현 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여러 강원과 선방을 두루 거치고 공부에 전념해 온 이판승(선승)이다. 의협심이 강해 1994년 조계종 개혁 당시 범종단개혁추진위원회에서 핵심 구실을 했고, 중앙승가대 재학 시절에는 총학생회장을 맡기도 했다. 졸업 후에는 통도사와 해인사 부설 선원 등을 옮겨다니며 용맹정진해왔다. 지인들은 문수 스님이 깨달음을 얻기 위해 왼손가락 네마디를 불태우는 연비(불법을 수호하고 깨달음을 얻기 위해 육신의 일부를 불태워 고통을 견디며 결의를 다지는 불교의식)를 할 정도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