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증권가 ‘미다스의 손’ 기부계의 ‘큰손’으로

푸른물 2010. 6. 10. 19:31

증권가 ‘미다스의 손’ 기부계의 ‘큰손’으로
[나눔꽃 캠페인] ⑧ 전문직 기부 확산
한겨레 남종영 기자기자블로그 신소영 기자기자블로그
» 증권 애널리스트 이종복씨. 그에게 기부는 의무이지만 즐거운 일이기도 하다. 그는 “내가 도우면 사람들이 웃는 게 행복하다. 맛보면 헤어나지 못한다”고 말한다.




애널리스트 이종복씨
수익 1% 이상 장애아 지원
출판기금 만든 증권맨 등
고소득자 ‘사회적 책임’ 실천

나눔단체인 푸르메재단의 최고액 기부자는 10대 재벌그룹의 회장도 브라운관에서 활약하는 연예인도 아니다. 이 재단의 최고액 기부자는 증권방송 <이토마토>에서 투자분석가로 일하는 이종복(39)씨다.

20대 말년 병장 시절, 충북 음성군의 복지시설 꽃동네에서 할머니들의 똥을 치우고 식사를 돕던 게 계기가 돼 한 달에 자동이체로 1000원을 넣은 게 나눔의 시작이었다. 그 뒤 한번도 기부나 자원봉사를 쉬지 않았다. 그는 “기부라는 생각보다 경험이 그렇게 자연스럽게 이끌었다”고 말했다.

그는 2004~2005년부터 돈을 ‘벌었다’. 증권사에 일하며 잘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100만원을 버는 사람이 1만원 내는 것보다 1억원을 버는 사람이 100만원 내는 게 더 힘들다고 사람들은 생각한다. 하지만 그는 금액으로 따지지 않고 퍼센트(비율)로 따졌다.

지난해 4월 이씨는 자신을 따르는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투자클럽 복지후원회’를 만들었다. 먼저 “한 달 소득의 1%를 기부하겠다”고 선언한 뒤, “각자가 수익을 내면 일정 비율을 기부하자”고 제안했다. 5000만원을 넘으면 자신은 더 큰 돈을 내겠다고 부추겼다. 200~300명의 회원들도 호응했다. 추석이 지나자 회원들이 모은 돈이 8300만원을 넘었고, 이씨는 약속을 지켜 자신의 돈 1억5000만원을 푸르메재단의 장애인보조기구 구입기금으로 내놓았다.

그는 매년 수천만~수억원을 쾌척하지만, 사회적 평판에 따른 비공식적인 압력이 작용한 것은 아니다. 그가 기부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누가 뭐라 하지 않는다. 이름을 알려야 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도 그는 재벌그룹 회장보다 많은 기부를 한다. 그는 “내가 도우면 사람들이 웃는 게 행복하다. 맛보면 헤어나지 못한다”고 말한다. 그에게 있어 기부는 의무이고 즐거움이다.

독립 기부자들의 바람이 증권가를 중심으로 일고 있다. 평범하지만 힘은 센 기부계의 큰손들이다. 정태영 푸르메재단 기획팀장은 “그동안 고액기부자들은 기업인이나 연예인 등 사회적 명망가들이 대부분이었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바람이 전문직 등 개인 고소득자로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독립 기부자들을 중심으로 기부를 사회적 의무이자 실천으로 여기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