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 강

50代여성 흡연 급증… 탈모·뱃살 키운다

푸른물 2010. 5. 28. 07:00

50代여성 흡연 급증… 탈모·뱃살 키운다

타르·니코틴이 난소세포 파괴… 골다공증·갱년기 증상도 악화
남성이 담배 피우는 것보다 여성 흡연이 더 해로워

자녀를 다 키우고 난 뒤의 쓸쓸함과 공허감 때문일까? 50대 여성의 흡연이 최근 크게 늘어나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의 흡연율 조사 결과 2008년 상반기 2.8%이던 50대 여성 흡연율이 2009년 하반기 4.5%로, 1년 반 사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중장년층 여성의 흡연은 골다공증 ·복부비만·탈모 등의 악화 요인이다. 손유나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50대 여성의 흡연은 폐경기 여성호르몬 변화와 복합적으로 작용해 건강을 크게 위협한다"며 "담배 속 니코틴과 타르가 여성호르몬을 분비하는 난소 세포를 파괴해 폐경을 앞당기거나 갱년기 증상을 악화시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제중 고려대안암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니코틴이나 타르와 같은 담배의 유해 성분은 남성호르몬을 만드는 고환세포는 파괴하지 않는다"며 "유독 여성의 난소세포만 파괴해 호르몬 분비 장애를 일으키므로 50대 남성의 흡연보다 50대 여성의 흡연이 건강에 훨씬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 담배에 함유된 니코틴과 타르 등은 여성의 난소 세포를 파괴해 폐경을 촉진시키고 중·장년층 여성의 골다공증·탈모·복부비만 등을 악화시킨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spphoto@chosun.com
골다공증 일찍 오고 빠르게 진행

흡연하면 우선 골다공증이 일찍 오거나 빠르게 악화된다. 이영균 분당서울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폐경기 여성이 담배를 피우면 골다공증 위험이 2~3배 높아지는 것으로 학계에 보고돼 있다"고 말했다. 또 핀란드 직업보건연구소 라만 시리 박사팀은 흡연과 요통의 연관성을 다룬 논문 40건을 종합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요통이 31% 많은데 이는 흡연이 허리뼈의 골다공증을 악화시키기 때문으로 나타났다"고 지난 3월 미국의학저널에 발표했다.

이렇게 뼈가 약해진 흡연 여성은 골절상을 입었을 때 쉽게 낫지도 않는다. 이영균 교수는 "담배를 피우면 폐경 후 그나마 지방 등에서 조금이라도 나오던 여성호르몬마저 분비가 제대로 안 되므로 뼈가 부러지면 비흡연자보다 크게 다치고 다시 잘 붙지 않는다"고 말했다.

복부비만·탈모 등 '남성형 증상' 유발

담배를 피우는 여성이 나이가 들면 복부비만도 훨씬 심해진다. 지선하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팀이 2002년 성인남녀 8700명을 조사한 결과 흡연 여성은 비흡연 여성에 비해 복부비만이 2.5배 많았다. 김탁 고려대안암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여성호르몬 분비가 중단된 폐경기 여성은 체내 남성호르몬의 작용이 상대적으로 활발해지는데, 남성호르몬은 몸 안에 쌓인 지방을 복부로 몰리게 한다"며 "흡연 여성은 비흡연 여성보다 여성호르몬이 더 많이 줄고 따라서 남성호르몬의 작용이 더욱 활발해져 나이가 들수록 복부비만이 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흡연은 아직 폐경이 오지 않은 중·장년층 여성의 갱년기 장애도 악화시킨다. 이지영 건국대병원 산부인과교수는 "여성은 폐경이 가까워지면 난소 기능이 떨어지면서 생리량이 불규칙해지는 갱년기 생리장애가 나타난다"며 "흡연은 난소가 쪼그라드는 속도를 빠르게 해 생리장애를 더 심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또 여성이 담배를 피우면 갱년기 탈모가 빠르게 진행되며, 여성호르몬 부족이 원인인 안면홍조 증상도 더 심하게 나타난다.

갱년기 증상은 금연하면 바로 개선돼

폐암이나 동맥경화 등 흡연과 관련된 대부분의 질병은 금연해도 수년~수십년이 지나야 위험 요인이 사라진다. 하지만 담배가 악화시키는 갱년기 장애 증상은 금연하면 비교적 단기간에 개선될 수 있다. 김탁 교수는 "폐경과 관련된 여성호르몬 분비 중단은 과거의 신체적 상황과 큰 관련 없이 갱년기가 시작되고 2~3년에 걸쳐서 진행된다"며 "따라서 흡연으로 인한 갱년기 장애 악화는 이 기간 중에 금연하면 상당 부분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 홍유미 헬스조선 기자 hym@chosun.com
최선영 헬스조선 인턴기자
  • 2010.05.26 08:28 입력 / 2010.05.26 09:36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