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천안함, 북한 어뢰에 의해 침몰"… 결정적 물증은
발견된 프로펠러 재질 北 훈련용 어뢰와 비슷
연돌 등서 수거된 화약 공산권에서 주로 사용… 각종 정황증거도 뒷받침
천안함 침몰사건 조사는 북한 스타일의 일련번호가 찍혀 있는 온전한 어뢰 프로펠러(추진장치) 발견 등 예상 밖의 성과에 따라 원인이 북한 어뢰에 의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조사 발표문에도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될 전망이다. 국방부는 20일 공개될 조사 결과 발표문에 '북한의 어뢰공격으로 천안함이 침몰했다. 북 잠수정의 근접타격으로 추정된다'는 취지의 직접적인 표현을 포함시킬 것으로 알려졌다.지난 주말까지만 해도 천안함을 침몰시킨 수중 무기가 어뢰인 것은 확인됐으나 북한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아 각종 정황증거를 포함시켜야 북한의 소행임을 입증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그러나 2~3일 전부터 북한의 소행임이 물증을 통해서도 확인됐다는 얘기가 조사단 및 군 안팎에서 나왔으며, 이명박 대통령도 18일 오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가진 전화통화에서 국제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 북한 소행임이 확실하게 드러났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사태 진전에는 지난 주말 온전한 어뢰 프로펠러가 발견된 것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뢰 프로펠러는 어뢰를 앞으로 나가게 하는 추진장치로, 작은 프로펠러 2개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는 방식으로 움직인다. 프로펠러 1개만 회전하면 어뢰가 똑바로 나가기 힘들기 때문이다. 프로펠러 부분은 폭발하는 어뢰 탄두와 떨어져 맨 뒷부분에 있기 때문에 폭발 후에도 파편이 남을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그러나 천안함 침몰 수역의 조류가 빨라 설사 프로펠러 파편이 있더라도 멀리 휩쓸려 갔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예상 밖에 프로펠러가 파편이 아닌 온전한 형태로, 그것도 북한 식(式) 일련번호가 찍힌 상태로 천안함 함미가 침몰해 있던 해저 인근에서 발견된 것이다.
합동조사단은 이번에 발견된 프로펠러 재질도 7년 전 우리 해역에서 발견된 북한의 훈련용 경(輕)어뢰 프로펠러와 비교한 결과 비슷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재질은 중국이나 구소련 등 공산권에서 사용한 것과 유사하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천안함 연돌과 해저에서 수거된 화약 성분 중에 서방세계가 아닌 공산권에서 주로 사용되는 것(황산염)과 어뢰에 많이 사용되는 고성능 폭약 RDX가 발견된 점 등도 북한 어뢰일 가능성을 높여주는 증거다. 일부 소식통은 천안함에서 발견된 화약흔과 7년 전 수거된 북한제 훈련용 경어뢰 추진제의 일부 성분이 비슷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천안함 절단면과 해저 등에서 발견된 특이한 성분의 알루미늄 합금 파편들도 어뢰일 가능성을 높여준 증거물이다.
소식통들은 각종 정황증거와 인간정보를 통해서도 북한의 소행이 확인됐다고 말한다. 한미 정보당국은 사건이 발생한 지난 3월 26일을 전후해 백령도에서 80여㎞가량 떨어진 비파곶 잠수함기지를 떠난 북한 상어급 잠수함(325t급) 1척의 행방이 한때 묘연했던 것을 비롯, 유고급 잠수정(85t급) 등의 특이동향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당국은 북한의 잠수정이나 소형 잠수함이 서해 공해상을 크게 우회해 백령도 서쪽으로 침투, 천안함 왼쪽에서 2~3㎞ 이상 떨어진 수중에서 어뢰 공격을 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대북 정보당국은 또 통신감청·인간정보 등을 통해 이번 사건을 지난해 출범한 북한의 대남공작 총책임 기구인 정찰총국 ○국○처에서 한 것으로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컴퓨터를 동원한 시뮬레이션(모의실험) 결과도 천안함이 어뢰 공격에 의해 침몰했음을 입증하는 근거 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지금까지의 시뮬레이션 결과 천안함은 250kg 안팎의 탄두를 가진 음향추적 중어뢰가 가스터빈실 선체 아래 3m가량의 수중에서 폭발해 두 동강 났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같은 합조단 조사 결과에 대해 미국·영국·호주·캐나다 등 조사단원들도 대부분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