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여성 심장병은 남성과 달리 가슴통증 외에 속쓰림, 숨이 참, 가슴 답답함, 전신 피로 감, 우울증과 불안감 등으로도 나타나기 때문에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폐경 기 이후에는 심혈관이 급속히 나빠지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spphoto@chosun.com
- ▲ 여성 심장병은 남성과 달리 가슴통증 외에 속쓰림, 숨이 참, 가슴 답답함, 전신 피로 감, 우울증과 불안감 등으로도 나타나기 때문에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폐경 기 이후에는 심혈관이 급속히 나빠지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spphoto@chosun.com
- 흔히 심장병은 남성 질환으로 여긴다. 지난 8월 갑자기 작고한 수영선수 조오련을 비롯해 심근경색으로 쓰러졌던 연기자 양택조, 야구해설가 하일성 등 심장병으로 관심을 받은 유명인이 대부분 남성인 것도 이런 인식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사실은 여성의 심장이 남성보다 더 큰 위험에 놓여 있다. 1998년부터 지난해까지 여성 심혈관질환 환자 수는 1.3배 늘었다. 같은 기간 남성은 1.08배 증가했다. 지난해 심혈관질환으로 사망한 여성은 1만4480명으로, 남성 1만3047명보다 많다(통계청 자료). 70대 이상에서는 여성 사망자가 남성보다 훨씬 많았다. 그런데도 여성 심장병이 관심에서 소외된 이유는 남성은 30~50대 한창 일할 나이에 쓰러지지만, 여성은 노년기에 주로 발병하기 때문이다.
◆여성호르몬 분비 중지되면 급증
여성의 심장병 발병이 늦은 것은 첫째, 폐경 때문이다. 폐경 전 여성은 난소에서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을 분비한다. 에스트로겐은 몸에 좋은 '고밀도 콜레스테롤(HDL)'의 생성을 촉진하고 '저밀도 콜레스테롤(LDL)'은 억제한다. 고밀도 콜레스테롤은 심혈관질환을 억제하고, 저밀도 콜레스테롤은 촉진한다.
하지만 폐경이 되면 에스트로겐 분비가 급감하면서 여성 몸 안의 고밀도 콜레스테롤은 줄고 저밀도 콜레스테롤이 급격히 늘어난다. 따라서 혈관에 콜레스테롤이 쌓인다. 또 에스트로겐이 줄면 혈관벽 자체도 두꺼워지고 심장의 근육세포가 노화돼 탄력성을 잃고 딱딱해진다. 이런 현상이 누적돼 60대 이상 여성의 심장병이 크게 느는 것이다. 이와 함께, 폐경이 되면 골다공증 등 여러 이유로 여성의 운동량도 줄어들기 때문에 동맥경화증이 가속화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둘째, 여성이 남성보다 심혈관이 좁은 것도 원인이다. 여성의 심장 크기는 남성의 90% 정도이고 관상동맥의 지름도 여성이 2.5~3.0㎝ 정도로 남성(3.0~3.5㎝)보다 짧다. 따라서 폐경 후 콜레스테롤이 급격하게 늘어나면 혈관이 막히는 속도가 남성에 비해 더 빠르다.
◆심장 관련없는 부위에 증상 나타나
- 셋째, 여성은 심장병의 증상이 남성과 달리 다양하게 나타나서 자신이 심혈관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쉽게 알아채기 어렵다는 점이다. 남성은 가슴을 쥐어짜는 듯하고 묵직한 통증이 심근경색의 전형적인 증상이다. 반면, 여성은 가슴 통증과 함께 속이 메스껍고 울렁거리는 소화불량의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숨이 심하게 차는 듯한 증상으로도 나타난다. 가슴이나 배에는 아무 증상이 없지만 등이나 팔이 아픈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여성은 심장질환을 다른 질병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남녀의 심장병 증상이 다른 이유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여성의 호르몬체계와 자율신경체계가 남성과 다르기 때문일 것이라고 추정하는 수준이다. 즉, 심근경색이 생겼을 때 심장과 가까운 소화기관 부근의 자율신경계가 더 잘 반응해서 소화기관 쪽으로 증상이 나타나는 것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스피린 복용하면 예방에 도움
여성 심장병의 증상은 남성과 다르게 나타나지만, 예방법은 남성과 차이가 없다. ▲운동 ▲지방과 소금을 줄인 식사 ▲금연과 절주 등 3가지 생활 습관을 지켜야 한다. 1주일에 3번씩, 30분 이상 빨리 걷기와 같은 유산소운동을 꾸준히 하면 심장혈관이 튼튼해진다. 저지방식을 하면 폐경 후에도 저밀도 콜레스테롤 수치가 크게 높아지지 않고, 저염식은 고혈압을 막아 혈관 파괴를 줄여 준다. 음주와 흡연은 혈관을 쉽게 상하게 한다.
정기검진도 필요하다. 폐경기 여성은 1~2년에 1번씩 심장검진을 받아야 한다. 검진 결과 심혈관 질환 위험이 발견된 여성은 저용량 아스피린을 꾸준히 복용하면 혈전 생성이 억제되기 때문에 심장병 예방에 도움된다.
〈도움말〉
김효수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김현중 건국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
심지영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