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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 늘어진 머리카락으로
빨랫줄에 걸려 있다
언제쯤에나
시린 세상 풀어헤치고
보글보글 거품 게워내며 끓어오를까
새벽 인력시장 꽁탕 치고 돌아앉은
다리 밑 식객들의
허기진 창자에 몸 풀까
눈에 파묻힌 산사(刪붇) 행랑채 처마에 엮여 흰 햇살 받으며 말라가던 시래기. 끓여 먹으면 몇 년 묵은 주독(酒毒), 뒤틀린 심사(心事) 확 풀릴 것 같았는데. 이런 소승적(小乘的) 자세 너머 시린 세상 먼저 풀어주는 이 시 참 대승적이네요. 12월은 김장 끝낸 허접한 배춧잎과 무청들이 세상의 시래기로 엮이는 달. 시퍼렇게 멍든 몸과 마음들 나누며 두루두루 풀어주는 달. <이경철·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