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무청 실가리 -강형철(1955~ )

푸른물 2009. 12. 1. 08:46
무청 실가리 -강형철(19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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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이 잘린 채

축 늘어진 머리카락으로

빨랫줄에 걸려 있다



언제쯤에나

시린 세상 풀어헤치고

보글보글 거품 게워내며 끓어오를까

새벽 인력시장 꽁탕 치고 돌아앉은

다리 밑 식객들의

허기진 창자에 몸 풀까


눈에 파묻힌 산사(刪붇) 행랑채 처마에 엮여 흰 햇살 받으며 말라가던 시래기. 끓여 먹으면 몇 년 묵은 주독(酒毒), 뒤틀린 심사(心事) 확 풀릴 것 같았는데. 이런 소승적(小乘的) 자세 너머 시린 세상 먼저 풀어주는 이 시 참 대승적이네요. 12월은 김장 끝낸 허접한 배춧잎과 무청들이 세상의 시래기로 엮이는 달. 시퍼렇게 멍든 몸과 마음들 나누며 두루두루 풀어주는 달. <이경철·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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