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남해 보리암에서’ - 김원각(1941~ )남해 보리암에서’ - 김원각(1941~ )

푸른물 2009. 12. 1. 08:56

남해 보리암에서’ - 김원각(1941~ )


소원 따위는 없고, 빈 하늘에 부끄럽다

이 세상 누구에게도 그리움 되지 못한 몸

여기 와 무슨 기도냐

별 아래 그냥 취해 잤다


천년, 만년, 그 너머 먼 세월 파도처럼 밀려왔다 쓸려가는 남해 금산. 그 위에 세운 절 하나 기도발 영험하여 누군 왕도 되고 누군 합격도 하고 해 오늘도 소원의 발길 끊이지 않느니. 그 누구의 그리움 하나 되지 못한 몸 빌어 무엇 하리. 무심한 하늘 아래 저 먼 해원(海原) 오늘도 그리움만 밀물져 오는데. 텅 비어 통 큰 몸 빌어 또 무엇 하리. <

이경철·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