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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혜걸객원의학전문기자의우리집주치의] 암과 5년 생존율의 함정 [중앙일보] 기사

푸른물 2009. 6. 24. 06:25

홍혜걸객원의학전문기자의우리집주치의] 암과 5년 생존율의 함정 [중앙일보]

5년간 재발 없으면 완치로 보지만
개인적 특성 고려 안 한 통계일 뿐
10년 뒤 재발해 사망할 수도

구논회 의원이 위암으로 숨졌습니다. 11년 만에 재발한 위암이라 합니다. 많은 분이 의아해합니다. 5년 생존율 때문입니다.

암 진단 후 5년까지 생존해 있으면 완치라고 봅니다. 암이 재발한다면 대개 5년 이내 재발해 환자의 생명을 앗아가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11년 동안 생존했다 숨진 구 의원의 경우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저는 의학에 100%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의학은 통계로 말할 뿐이지요. 조기 위암을 치료한 경우 95%의 5년 생존율을 보입니다. 100명 가운데 95명이 5년 이상 산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여기엔 조기위암이라도 5%는 숨진다는 사실이 숨어 있습니다. 혹의 크기나 모양이 같더라도 암세포의 특성상 결과는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이가 잘 되고 항암치료에 저항하는 암세포라면 조기발견해도 무용지물이란 것이죠.

어떤 암세포들은 면역 시스템을 교묘하게 피해가며 매우 느리게 증식하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8000여 명의 위암 환자 수술을 집도해 온 세브란스병원 외과 노성훈 교수는 "매우 드물지만 수술 후 10년이 지나 재발하는 위암도 있다"고 설명합니다. 수술이 잘 됐지만 5년을 훌쩍 넘긴 후에도 숨지는 경우로'5년 생존율=완치'란 공식을 무색하게 합니다. 드물지만 이처럼 예외적 상황에 구 의원이 해당한 것이지요. 암세포가 늑막까지 침범한 뒤에야 흉통을 느끼고 겨우 재발을 알아냈을 정도입니다.

유감스럽게도 현재 의학기술론 자신의 암세포가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 미리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5년 생존율 자체가 지닌 통계적 한계도 있습니다. 예를 들지요. A와 B란 사람이 같은 해 위암이 생겼습니다. A는 3년 후 2기 위암 상태에서 발견하고, B는 5년 후 3기 위암 상태에서 발견했습니다. 각각 발견 즉시 수술 등 치료를 받은 후 A가 6년 후 죽고, B가 4년 후 죽었다고 가정해 보지요. 이 경우 A는 겉으로 볼 때 진단 후 5년 이상 살았으므로 현재 의학적 기준으로 완치에 해당합니다. B는 4년 만에 숨졌으므로 완치에 실패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암이 생긴 시점 이후 죽을 때까지 생존기간은 A나 B나 둘 다 9년으로 동일합니다. 동일한 결과임에도 천양지차의 판정이 내려지는 셈이지요.

5년 생존율은 절대적 수치가 아닙니다. 대체적인 경향의 하나로 참고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러나 기왕이면 좋은 쪽으로 해석하면 좋을 듯싶습니다. 5년 생존율이 가장 낮다는 말기 췌장암도 3%는 됩니다. 100명 중 3명은 5년 이상 산다는 것이지요. 자신이 죽을 97명보다 살아날 3명에 해당할 수 있다는 소박한 믿음이 면역력을 증가시켜 의외의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홍혜걸

리포터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