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이슈 & 현장] [모두가 피곤한 '고비용' 결혼식] [6] 구청 시행 '웨딩 다이

푸른물 2009. 5. 28. 11:22

이슈 & 현장] [모두가 피곤한 '고비용' 결혼식] [6] 구청 시행 '웨딩 다이어트'

알뜰결혼식 올리는 커플에 하객밥값 빼고 전부 대준다
다음 달 결혼하는 동갑내기 연인 김모(31)씨와 구모(여·31)씨는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 S웨딩홀을 식장으로 골랐다. 고종의 후궁인 순헌귀비 엄씨(1854~1911)가 묻힌 영휘원(사적 361호)이 지척에 있고, 홍릉 수목원의 우거진 숲이 한눈에 들어오는 곳이다.

이들이 결혼식에 쓸 돈은 '단돈' 200여만원이다. 일반 예식장을 잡아서 사진촬영·폐백·피로연 등 남들 하는 걸 다 하고도 딱 이만큼 쓴다.

그 비결은 서울시와 관악구·은평구·종로구 등 서울 시내 25개 구청이 협력해서 지난 3월부터 시행 중인 '웨딩 다이어트' 프로그램이다. 구청에서 권하는 대로 결혼식을 간소하게 치른다는 전제하에, 구청에서 결혼식장 대여·턱시도와 드레스 대여·사진촬영·메이크업 비용 등 결혼식 당일 들어가는 비용 대부분을 대주고, 당사자에게는 피로연 밥값 정도만 부담하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의 한 웨딩홀에서 다문화 가정 신혼부부가 결혼식을 올리고 있다. 동대문구청이 실시 중인‘웨딩 다이어트’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일반 예식장을 대 여해, 사진 촬영과 폐백 등 남들이 하는 항목을 생략하지 않고도 저렴한 비용으로 식을 치를 수 있다./동대문구 건강가정지원센터 제공

김씨와 구씨도 이달 초 신랑 김씨의 주소지가 있는 동대문구청 건강가정지원센터에 찾아가 상담을 받고 그 자리에서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신부 구씨는 "식장과 드레스를 빌리고 사진 찍고 폐백 하는 데 300만원이 드는데, 구청이 나서서 100만원으로 깎아줬고 그나마 구청 돈으로 대줬다"고 했다. 당사자가 부담하는 피로연 식대 역시 구청의 도움으로 1인당 2만원대에서 1만원대로 할인받았다. 주례도 오윤자(여·52) 동대문구 건강가정지원센터장이 무료로 해준다.

서울시와 25개 구청은 연말까지 총 1억3000만원을 들여서 한쌍당 100만~200만원씩 65~130쌍을 지원하고, 희망자가 늘면 예산을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다. 조은희(여·48) 서울시 여성가족정책관은 "시민에게 간소하면서 뜻깊게 혼례를 치를 수 있는 모델을 제시하기 위해 이 프로그램을 마련했다"며 "살림이 어려운 사람뿐만 아니라, 평범한 중산층도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다"고 했다.

예비부부 최모(36·버스 정비사)씨와 정모(여·33·웹 디자이너)씨도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오는 9월 성북구의 D예식장에서 식을 올린다. 피로연과 청첩장 인쇄비 등만 자기 돈으로 해결하고, 당일 들어가는 비용 100만원은 성북구청에서 대준다. 신부 정씨는 "구청에서 공짜로 내주는 공간이라기에 별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실제로 가보니 남들과 다름 없이 번듯하게 치를 만한 공간이라 만족스럽다"고 했다.

중산층 이용자를 확보하기 위해 종로구는 결혼식 비용 외에도 건강검진(60만원)과 결혼반지(20만원), 신혼여행 비용(30만원)까지 지원한다.

송파구의 경우 '웨딩 다이어트' 참여 커플들은 의무적으로 '예비부부 교육과정'을 이수하게 했다.

전문가들에게 부부간의 바람직한 의사소통 노하우와 성교육 등을 받게 해준다는 것이다.

동국대 사회학과 김형용 교수는 "단순히 '알뜰하게 치른다'는 점만 내세워서는 '결혼은 집안의 위세를 보여주는 자리'라는 고정관념을 깨뜨릴 수 없다"며 "있는 사람들과 지식인들이 '바람직한 대안'을 보여주고, 관청이 이를 홍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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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 정지섭 기자 xanadu@chosun.com 이인묵 기자 redsox@chosun.com 박순찬 기자 ideachan@chosun.com 윤주헌 기자 calling@chosun.com 이신영 기자 foryou@chosun.com 최종석 기자 comm@chosun.com 한경진 기자 kjhan@chosun.com
입력 : 2009.05.20 03: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