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2009 아시아 대학 평가] "국내서 폼잡던 한국 대학의 수준 드러나"최수현

푸른물 2009. 5. 28. 11:15

[2009 아시아 대학 평가] "국내서 폼잡던 한국 대학의 수준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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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05.19 03:03 / 수정 : 2009.05.19 09:30

'2009 아시아 대학평가' 릴레이 인터뷰
오영교 동국대 총장
자체적으로 학과 평가 하위 15%는 정원 축소
올해부터 교수 전원 특채 기준 못미치면 채용 안해

지난 12일 조선일보와 QS(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영국의 대학 평가기관)의 '2009 아시아 대학 평가' 결과가 발표된 뒤 오영교 동국대 총장은 평가결과에 실망한 동문들로부터 항의를 많이 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한마디로 답했다고 한다. "그렇게 학교에 애정이 있으면 당신이 지원해야지, 그래서 어떡하겠다는 겁니까?" 과제가 주어졌으니 풀어야 하고, 우수한 성과가 나오도록 교수·학생·동문들이 힘을 합치자는 것이다.

행정자치부 장관, KOTRA 사장 등을 지낸 경제 관료 출신의 오 총장은 대학 경영에 대해 얘기할 때 '시장' '고객' '제품'이란 단어를 자주 썼다. "'제품(동국대 졸업생)'에 대한 '시장(사회·기업)'의 반응을 끊임없이 살펴서 '고객(사회 각계각층) 만족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이었다.

―아시아 대학 평가결과를 보고 무엇을 생각했나.

"한국의 언론이 국제적인 평가를 주도했다는 사실 자체가 의미가 크다. 한국 대학들이 국내에서 폼을 팍 잡고 있었는데, 아시아 전체로 '경쟁 틀'을 바꾸고 보니 한국의 기업 등 다른 분야에 비해 한국 대학의 수준은 국제 사회에서 떨어진다는 게 확인됐다. 우리가 가야 할 좌표가 분명해졌다."

―동국대의 결과는 어떤가.

"대학사회에 들어와보니 '경영'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더라. 2007년 취임 직후부터 우리 학교 경영시스템을 구축했는데, 자신 있다. 제대로 돌아가기만 하면 다른 대학에 비해 몇 배는 더 빨리 발전할 수 있다. 그것이 성과로 나타나기 전에 성적표가 나오니까 마음이 더 바빠졌다."

―학내 반발은 없었나.

"학생이 시험 보기 싫다고 시험 안 봐도 되나. 나는 평가 지상주의자다. 모든 발전의 기본 틀은 평가라고 생각한다. 동국대는 매년 자체적으로 학과 평가를 해서 하위 15% 학과의 정원을 우수한 학과로 넘겨준다. 성과가 나쁜 학과는 몇년 뒤 없어지게 된다."

―무엇부터 바꿀 것인가.

"올해부터 교수들을 전원 '특별 채용'방식으로 뽑겠다. 예전 같은 '공개 모집'은 하지 않겠다. 학교가 기대하는 수준의 지원자가 없으면 채용을 아예 안 하겠다는 것이다. 새로운 인재를 모셔와야 연구의 양과 질이 확실히 업그레이드된다고 판단해서다."

오영교 총장은 자신이 생각하는‘일류 대학’의 조건이 세 가지라고 했다.“ 가고 싶은 대학, 열심히 공부하는 대학, 졸업 후 세계 어디든 진출할 수 있는 대학”이었다./채승우 기자 rainman@chosun.com

―국제화전략은?

"2011년까지 모든 신입생은 1학년 전 과정을 영어로 배우게 할 것이다. 일단 올해는 전체 신입생의 30%인 1007명으로 시작했다. 영어가 국제화의 '인프라'로 갖춰져야 이를 토대로 전공 영어 강의도 듣고 교환학생으로 외국에 나가는 것도 가능해진다."

―인문·예술 분야의 '학계(學界) 평가' 결과가 다른 분야에 비해 특히 좋았는데.

"동국대가 전통적으로 강했던 연극영화, 불교, 경찰행정을 비롯해 IT·BT 등 5개 분야를 집중 육성할 학문 분야로 정했다. 이 중 적어도 3개 분야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발전시킬 것이다. 그런 선도 분야들이 결과적으로 동국대 전체의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올릴 것이다."

―지난 16일 교내 연극 공연에 기업체 인사 담당자 150명을 초청했다던데. 학교 차원에서 졸업생 평판도 관리에 나선 이유는.

"대학의 1차적 고객은 학생이지만, 2차적 고객은 학생이라는 '제품'을 받아들이는 사회 각계각층이다. '학생에게 어떤 역량을 갖춰주느냐'와 '사회적으로 우리 제품(졸업생)을 어떻게 인식시킬 것이냐'는 똑같이 중요한 문제다. 내 경영 철학이 '고객'과 '성과'다. 다양한 고객 중심의 경영을 통해 사회적 평판을 높여가겠다."

―아시아 대학 평가에서 아쉬운 점은.

"예전에 정부가 'KS마크'를 줄 때 제품과 공정(工程)을 같이 평가했다. 우수한 품질의 제품을 균일하게 지속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지를 본 것이다. 대학이 만들어낸 성과도 중요하지만 그 성과를 만들어내는 시스템을 갖췄는지도 평가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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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동국대학교 오영교 총장이 대학평가에 대해 말하고 있다. /채승우 기자 rainm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