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

어떤 시집 / 함기석

푸른물 2015. 9. 7. 05:54

어떤 시집 / 함기석

 

 

첫 장을 열면

광활한 설원이 보이고

글자들은 모두 검은 새가 되어 날아간다

 

 

하늘엔 무늬 잃은 기린의 눈빛으로

나를 보는 낮달

지상에 무더운 눈보라

 

끝 장을 덮으면

끝없는 우주가 보이고

글자들은 모두 유성이 되어 어둠 속으로 날아간다

 

-시집 <힐베르트 고양이 제로>(민음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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