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시 읽기

내게는 그분이 ―사포

푸른물 2015. 8. 22. 07:05

내게는 그분이 ―사포(기원전 625년 무렵∼기원전 570년 무렵)


내게는 그분이 마치 신처럼 여겨진다.
당신의 눈앞에 앉아서
얌전한 당신의 말에 귀 기울이고 있는
그 남자분은.

당신의 애정 어린 웃음소리에도
그것이 나였다면 심장이 고동치리라.
얼핏 당신을 바라보기만 해도 이미
목소리는 잠겨 말 나오지 않고

혀는 가만히 정지된 채 즉시
살갗 밑으로 불길이 달려 퍼지고
눈에 비치는 것이란 아무것도 없어
귀는 멍멍하고

차디찬 땀이 흘러내릴 뿐
온몸이 와들와들 떨리기만 할 뿐
풀보다 창백해진 내 모습이란 마치
숨져 죽어버린 사람 같으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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