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인가 / 청 수
나는 누구인가
요즘 가끔 떠오르는 생각이다
어릴 적부터 부르던 이름은
슬며시 없어지고
지금의 나는 할머니라 불리며 살고 있다
나는 누구인가
기쁠 때 웃고 슬플 때 울던 감성은
연기처럼 사라지고
지금의 나는 기쁠 때도 슬플 때도
물에 물 탄 듯 그저 무덤덤하기만 하다
나는 누구인가
책 읽기를 좋아하고 음악듣기를 좋아하던 나는
언제부터인가 어디로 가버리고
지금의 나는 아무 생각 없는 사람처럼
드라마에 빠져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나는 누구인가
기억력 하나는 좋아서
그것이 자랑이었던 내가
지금 나의 기억력은
안개 속에서 미아처럼 헤매고 있다
나는 누구인가
이 사람은 이래서 저 사람은 저래서 좋다고
모두에게 관대했던 내가
지금의 나는 이 사람은 이래서 저 사람은 저래서 싫은
모난 인간으로 되어버려서 나도 내가 낯설다
나는 누구인가
요즘 나는 치매환자처럼
내가 누구인지 알쏭달쏭하다
나는 정말 누구인가?
나는 과연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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