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가을 여행

푸른물 2012. 11. 18. 06:44

가을 여행

가을에는 여행을 떠나고 싶다.

마음 따라 발길 따라 걷고 싶다

누런 벼가 고개 숙여 인사를 하는 들판을 지나

빨간 고추가 도열해서 반겨주는 밭을 지나가면

길가에서 노란 호박꽃이

함박웃음을 지으면서 반겨주고

싱싱하게 푸른 배추들은

막 피어나는 처녀처럼 보기 좋은데

바깥세상을 처음 구경하러 나온 무와

기분 좋은 눈 맞춤을 하고 나면 콧노래가 절로 나오고

고추잠자리가 안내하는 대로 따라 가보면

코스모스가 수줍게 웃으면서 악수를 청하네.

 

가을에는 여행을 떠나고 싶다.

하늘 따라 구름 따라 떠나고 싶다.

맑은 하늘을 보면서 가다 보면

어느새 마음의 구름도 걷히고

높은 하늘을 보면서 걷다 보면

땅으로 내려앉던 몸도 일어서서

가을하늘처럼 상쾌한 발걸음으로

새들이 노래하는 산길을 돌아서

벌과 나비가 춤추는 들녘을 지나서

졸졸졸 흐르는 물소리 따라서 가다가

힘들면 무거운 마음을 내려놓고

지친 발을 냇물에 담그면서 쉬고 있으면

반가운 손님이 왔다고 새들이 반겨주지 않을까

 

2006.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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