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화

어린이책 키우는 사람들] "달콤한 환상? 따끔한 교훈? 현실 그대로 쓰니 베

푸른물 2011. 2. 20. 08:13

어린이책 키우는 사람들] "달콤한 환상? 따끔한 교훈? 현실 그대로 쓰니 베스트셀러"

  • 싸이월드 공감
  • 잇글링
  • 트위터로 보내기
  • MSN 메신저 보내기
  • 네이트 뉴스알리미
  • 뉴스젯
  • RSS
  • 프린트하기
  • 이메일보내기
  • 스크랩하기
  • 블로그담기
  • 기사목록
  • 글자 작게 하기
  • 글자 크게 하기

입력 : 2010.11.01 03:04

동화작가 황선미 "동화는 아이에게 놀이… 또다른 공부가 되면 안돼"

"저는 항상 일상을 작품의 소재로 삼아요. 누구나 살면서 겪을 법한 일이지만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았던 것을 진지하게 쓰지요. 좋은 글이란 개성과 보편성을 모두 지닌 것 아닐까요?"

서울 신촌의 한 카페에서 만난 동화작가 황선미(47)씨는 나지막하지만 명확한 어조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비결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황선미씨는“‘어떻게 하면 인물을 살아있게 만들 수 있는가’를 가장 고민한다”고 했다. /이준헌 객원기자 heon@chosun.com

황씨는 국내 아동문학계에서 보기 드문 블록버스터급 작가다. 지난 2000년 5월 출간한 장편 '마당을 나온 암탉'(사계절)은 지금까지 100만부 가까이 팔렸다. 일본·중국 등에 판권이 팔린 이 작품은 뮤지컬, 연극, 국악 공연 등으로도 제작됐으며 현재 애니메이션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이에 앞서 1999년 12월 출간한 장편 '나쁜 어린이표'(웅진주니어)는 독일·필리핀·인도네시아·중국·대만 등에 수출됐으며, 연극으로도 만들어졌다. 이 작품은 현재까지 90만부가량 팔렸다.

황씨의 작품에는 달콤한 환상도, 따끔한 교훈도 없다. 정제된 묘사를 통해 현실을 정직하게 그려낸 후 잔잔한 감동을 이끌어내는 것이 '황선미표 동화'의 특징이다. '마당을 나온 암탉'은 알만 낳는 생활에 진력이 나 양계장을 뛰쳐나온 암탉이 청둥오리 알을 품어 부화시킨 후 오리 새끼를 자기 자식 삼아 키우면서 자아 정체성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나쁜 어린이표'는 잘못을 할 때마다 선생님으로부터 벌점 받는 것을 버거워하는 어린이의 심리를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동화(童話)'라고 해서 꼭 어린이만을 위한 글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좋은 아동문학이란 어른·아이 모두에게 깊이 있는 즐거움을 주어야 하지요."

당의(糖衣)를 벗겨 낸 중립적인 현실을 어린이들의 눈앞에 정면으로 제시할 수 있는 것은 작가 자신이 꿈이나 환상과는 거리가 먼 어린 시절을 보냈기 때문이다. 충남 홍성에서 5남매의 둘째로 태어난 그는 가난 때문에 중학교를 검정고시로 마쳤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남들보다 늦은 스물둘에 서울예대 문예창작과에 입학했지만 학비를 마련하느라 휴학을 거듭하며 2년 과정을 4년에 겨우 끝냈다. 글을 쓰고 싶다는 막연한 열망은 있었지만 그가 동화 작가가 된 것은 우연이었다. "독서지도사 자격증을 따려고 강의를 들으러 다녔는데 마침 옆 반에서 동화 쓰는 법을 가르치더라고요. 그 수업에서 쓴 것 중 하나를 농민신문에 투고하면서 데뷔했어요. 1995년이죠."

아동문학에 대한 황씨의 철학은 확고하다. 문학작품을 읽는 것은 어린이들에게 '놀이'여야 하며, 또 다른 '공부'가 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독서는 다른 곳과 다른 것에 대한 갈증을 간접적으로 해소하는 행위잖아요. 제 작품을 읽는 어린이들이 독서에서 학습과 무관하게 순수한 즐거움을 얻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자신만 알지 말고 타인에게도 관심을 가지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