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척추디스크는 암이나 심혈관질환처럼 환자 상태에 따른 교과서적 치료 기준을 세우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디스크는 환자마다 상태와 증상이 천양지차이다. 디스크가 많이 튀어나와도 덜 아픈 사람이 있고 조금 튀어나와도 아파 죽겠다는 사람이 있다. 병의 진행이나 치료 후 재발 등도 예측하기 쉽지 않다. 따라서 전문의의 치료 견해가 엇갈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일반적인 가이드라인은 있다. 디스크가 얼마나 많이 탈출했느냐보다 탈출한 디스크가 신경을 어느 정도 누르고 있는지와 그에 따른 환자의 통증이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수술을 할지, 아니면 보존적 치료를 하면서 상황을 지켜볼지 결정한다.
- ▲ 척추디스크 질환이 생기면 흔히 수술과 비수술적 치료 사이에서 갈등한다. 수술 여부는 탈출한 디스크가 신경을 압박하면서 환자에게 얼마나 심한 통증을 유발하는지 등에 따라 결정한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spphoto@chosun.com
척추디스크가 발생한 초기부터 환자가 찌르는 듯한 허리 통증과 함께 좌골신경통이나 다리에 뻗치는 통증, 대소변 실금, 다리 마비 등을 동반하면 수술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복합적인 증상은 디스크가 신경을 심하게 압박할 때 나타나기 때문이다. 전체 디스크 환자의 2% 정도에서 이런 증상이 생긴다.
성경훈 서초21세기병원 원장은 "이런 증상이 있으면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으로 디스크가 신경을 어느 정도 압박하는지, 디스크가 얼마나 손상됐는지 등을 파악한다"며 "MRI 검사 결과 증상에서 예측한 것처럼 디스크가 실제로 신경을 많이 누르는 경우, 디스크가 단순히 관절 바깥쪽으로 밀려나온 것이 아니라 완전히 떨어져 나간 경우, 디스크가 망가지면서 뼈가 뒤틀려 척추가 제 위치에서 앞으로 밀려나온 척추전방위증이 있으면 수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영상의학적인 판단 외에, 환자가 통증을 얼마나 느끼는지도 수술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이다. 김기택 경희대동서신의학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척추디스크 환자의 90% 정도는 자연히 좋아지므로 비수술적 치료를 우선 권유하는 편이지만 환자가 통증으로 심한 고통을 호소하면 수술을 권한다"고 말했다.
◆심하진 않은 허리 통증만 있으면 비수술적 치료부터
비수술적 치료를 선택하는 기준도 신경 압박 여부와 환자의 통증 상태이다. 척추디스크를 처음 발견했을 때 이미 신경 압박이나 통증이 심한 상태가 아니면 대부분의 전문의는 우선 비수술적인 치료부터 시작한다. 척추디스크 환자 대부분은 초기에는 가볍고 단순한 허리 통증만 느낀다. 이런 환자는 디스크 외벽이 늘어지거나 살짝 찢어지면서 염증이 생긴 상태이다. 이 단계에서는 MRI 검사도 거의 하지 않는다. MRI를 찍어도 디스크 손상이나 신경 압박이 나타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성경훈 원장은 "초기 척추디스크는 90%가 약물치료, 물리치료, 운동요법 등을 받거나 아예 아무런 치료를 받지 않아도 2~3주 안에 저절로 회복되며 디스크가 완전히 파열된 사람도 20% 정도는 이런 치료로 상당히 좋아진다"며 "디스크 파열이 신경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면 굳이 수술부터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디스크가 완전히 파열돼 신경을 침범했더라도 당장 참기 어려운 통증이나 복합적인 증상이 없으면 디스크에 약물을 주사하거나 레이저로 응고시키는 치료 등 비수술적 요법부터 시도한다. 윤도흠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신경이 디스크에 눌렸어도 약물 등으로 염증을 가라앉히면 디스크에 눌린 신경이 적응해서 통증이 누그러지는 경우가 많다"며 "따라서 수술이 필요한 환자도 급성은 1개월 정도, 만성은 6개월에서 1년까지 비수술적인 치료를 하면서 관찰한 뒤에 수술 여부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비수술 치료 6주 이상 효과 없으면 수술로 전환
비수술적 치료를 6주 이상 받아도 증상이 개선되지 않으면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척추 디스크가 만성화되면 영구적인 신경 손상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약물·주사·운동요법 등 비수술 치료를 받는 도중에 50m 이상 걷기 어려울 만큼 환자의 삶의 질이 떨어지거나 새로운 신경 마비 증상 등이 나타나면 수술로 돌리는 것을 고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