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늘보처럼 - 우대식(1965∼ )
나무늘보처럼 천천히 먹겠다
나무늘보처럼 천천히 눈뜨고
눈 감겠다
나무늘보처럼 천천히 사랑하고 사랑을 버리겠다
나무늘보처럼 세월을
둥글둥글 말아가겠다
나무늘보처럼
나무 위에서 풍찬노숙의 생을 보내겠다
깊은 밤 새소리 들리면
천천히 하늘 향해 노래부르겠다
나무늘보처럼.
모두들 상당히 오래 쉬었죠? 아니 며칠 더 쉬실 거라고요? 그런데 쉬면서 무엇을 느끼셨나요? 내가 왜 그리 허덕거리며 뛰어왔던가, 아니면 오랜만에 만난 친척들의 모습 속에서 산다는 일이 겨우 몇 센티미터 앞으로 가는 일 외에 별것 아님을 다시 깨달으셨나요? 혹 당신이 아직 젊은 세대라면 시집·장가는 빨리 가야 하는 것이구나,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으셨는지요? 소위 느림의 미학이 묘한 반어적 표현들을 통하여 드러나는 이 시. 그 반어를 통한 진정성의 포착이야말로 시적 포착이죠. 그것이 시를 읽었을 때 우리의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거죠. 자꾸 기억하게 하죠. <강은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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