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나무늘보처럼 - 우대식(1965∼ )

푸른물 2010. 10. 13. 05:57

나무늘보처럼 - 우대식(1965∼ )


나무늘보처럼 천천히 먹겠다

나무늘보처럼 천천히 눈뜨고

눈 감겠다

나무늘보처럼 천천히 사랑하고 사랑을 버리겠다

나무늘보처럼 세월을

둥글둥글 말아가겠다

나무늘보처럼

나무 위에서 풍찬노숙의 생을 보내겠다

깊은 밤 새소리 들리면

천천히 하늘 향해 노래부르겠다

나무늘보처럼.



모두들 상당히 오래 쉬었죠? 아니 며칠 더 쉬실 거라고요? 그런데 쉬면서 무엇을 느끼셨나요? 내가 왜 그리 허덕거리며 뛰어왔던가, 아니면 오랜만에 만난 친척들의 모습 속에서 산다는 일이 겨우 몇 센티미터 앞으로 가는 일 외에 별것 아님을 다시 깨달으셨나요? 혹 당신이 아직 젊은 세대라면 시집·장가는 빨리 가야 하는 것이구나,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으셨는지요? 소위 느림의 미학이 묘한 반어적 표현들을 통하여 드러나는 이 시. 그 반어를 통한 진정성의 포착이야말로 시적 포착이죠. 그것이 시를 읽었을 때 우리의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거죠. 자꾸 기억하게 하죠. <강은교·시인>

'시가 있는 아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절간 이야기 -조오현(1932~ )  (0) 2011.03.03
건망증 1 - 정양(1942∼ )  (0) 2010.10.13
그리운 우물 - 박옥위(1941 ~ )  (0) 2010.10.13
이사 - 서수찬( 1963 ~ )  (0) 2010.10.13
구절초 - 박용래(1925∼80)  (0) 2010.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