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화

길위의 인문학] 마니산 절경에 감탄… 기막힌 역사에 탄식강화=곽아람 기자

푸른물 2010. 10. 13. 04:59

길위의 인문학] 마니산 절경에 감탄… 기막힌 역사에 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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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10.11 03:15

[강화도 탐방] 신미양요·병인양요 격전지
"외규장각 도서 생각하니 분통"
조세선 쉬어가던 燕尾亭에선
바다 건너 북녘 땅도 한눈에…

"이곳 강화는 원래 백제 영역으로, '갑비고차(甲比古次)'라고 불렀습니다. 고구려가 차지하면서 '혈구(穴口)'라는 이름으로 바뀌었고, 통일신라에 들어서는 '해구(海口)'라고 불렸지요. '강화(江華)'라는 명칭이 처음 사용된 것은 고려 태조 때인 서기 940년입니다. 1232년 몽골의 침략을 피해 수도를 강화로 옮긴 후 1270년 송도로 환도할 때까지, 고려는 '강화 시대'를 열어갑니다."

한글날인 9일 오전, 인천 앞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강화도 마니산 정상 참성단(塹城壇) 앞에서 남달우 인하역사문화연구소 소장이 강화도 역사에 대해 설명을 시작했다. 참성단은 단군왕검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기 위해 쌓았다고 전해진다. 1시간30분가량을 걸어 해발고도 469.4m의 마니산 정상에 올라온 50여명의 탐방객은 숨을 고르며 남 소장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조선일보·국립중앙도서관·교보문고가 주최하고 문학사랑·한국도서관협회·대산문화재단이 후원하는 '길 위의 인문학' 10월 첫째 탐방은 '마니산에 빛나는 우리의 얼'이란 주제로 강화도에서 열렸다. 오전 9시 30분 마니산을 오르며 시작된 탐방은 마니산 정상~광성보~강화 지석묘(支石墓·고인돌)~고려궁지(외규장각 터)로 이어져 오후 6시쯤 연미정에서 끝이 났다. 이날 탐방에는 남달우 소장과 강화가 고향인 소설가 구효서씨가 강사로 초빙됐다.

9일 오전 강화도 마니산 정상의 참성단을 찾은‘길 위의 인문학’탐방단이 남달우 인하역사문화연구소 소장의 강화 역사 설명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강화=김용국 기자 young@chosun.com

마니산 답사를 마친 탐방단은 강화해협을 지키는 중요한 요새였던 광성보(廣城堡)로 이동했다. 광성보는 고려가 강화도로 천도한 후, 돌과 흙을 섞어 해협을 따라 길게 쌓았다. 1871년 신미양요(辛未洋擾) 때 치열한 격전지였던 이곳에서는 마침 '광성보 전투 재현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둥둥 북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남달우 소장이 "강화를 침략한 미군이 광성보 점령 후 어재연 장군의 수자기(帥字旗·전투에서 총지휘관이 있는 본영에 꽂는 깃발)를 전리품으로 가져갔다가 지난 2007년 10월 유물 임대 형식으로 돌려보냈다"고 이야기하자 몇몇 탐방객들은 탄식을 내뱉었다.

광성보에서 강화 지석묘로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는 소설가 구효서씨가 마이크를 잡고 강화 사투리와 강화 사람들의 특성에 대해 이야기하며 탐방객들의 흥을 돋웠다. 구효서씨가 "강화도 사투리는 의문문에는 '~시꺄?'를 쓰고, 평서문에는 '~시다'를 쓰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한 후 "고맙시다"라며 자리에 앉자 탐방객들은 웃음을 터뜨리며 "고맙시다!"라고 일제히 크게 외쳤다.

탐방객들은 청동기시대 고인돌 16기가 흩어져 있는 강화 부근리 고인돌군(群)을 돌아본 후, 프랑스군이 강화도를 침략했던 1866년 병인양요(丙寅洋擾) 때 불타 없어진 외규장각 터로 발걸음을 옮겼다. 정영분(55)씨는 "병인양요 때 약탈당해 아직도 반환되지 않은 외규장각 도서들을 생각하니 울분이 터진다"면서 "외규장각 도서 반환은 우리 민족의 자존심을 걸고서라도 꼭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날 탐방의 마지막 코스였던 연미정(燕尾亭)은 강화읍 월곶리 월곶돈대(墩臺) 꼭대기의 정자로, 충청도·전라도·경상도에서 올라오는 조세선이 한강을 향하다 쉬어갔던 곳이다. 이곳에 오르니 청명한 날씨 덕에 바다 건너 북한 땅의 개풍군과 송악산이 한눈에 들어왔다. 소설가 구효서씨는 "강화 출신인 나도 연미정에 와 본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강화도에 사는 한혜선(24)씨는 "친구들이 강화도로 놀러 와도 아는 것이 없어서 제대로 설명해주지 못하는 점이 아쉬워 탐방에 참가했다"면서 "이번 탐방을 통해 들여다본 강화는 내 일상의 강화와는 완전히 다른 곳이었다. 강화를 새롭게 바라보는 눈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