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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의 '이맛이야!'] "퍼펙트는 運三技七… 잔꾀가 안 통해요"장민석 기자 j

푸른물 2010. 10. 9. 07:06

CEO의 '이맛이야!'] "퍼펙트는 運三技七… 잔꾀가 안 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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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9.15 03:06 / 수정 : 2010.09.15 07:41

[CEO의 '이맛이야!'] DSD삼호그룹 김언식 회장의 볼링 사랑
국내 첫 퍼펙트 주인공 스페어 처리 중요성 사업하면서도 깨달아
일본도 따라잡았으니 세계적 선수 나오도록 협회장으로서 힘쏟을 것

1996년 1월 12일 서울 풍납동 팬코리아볼링장. 관중이 마른 침을 삼키는 가운데 한 프로볼러가 마지막 투구를 하기 위해 레인 앞에 섰다. 그해 한국프로볼링협회가 처음 개최한 필라컵대회였다. 그의 공은 깨끗한 스트라이크였다.

한국 프로볼링 사상 첫 퍼펙트게임(300점 만점)이었다. 14년 전 퍼펙트게임의 주인공이 진땀을 흘렸다. 김언식(57) 한국프로볼링협회 회장이다. "하체가 안정이 안 되네요. 요즘 바빠서 자주 못 쳤더니."

볼링도,사업도 꼼수는 없다

"골프의 홀인원이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고 하지요? 볼링의 퍼펙트게임은 '운삼기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최초라는 타이틀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김 회장은 프로볼링 1기 출신이다.

KPBA는 1995년 48명의 1기생을 선발했는데 김 회장은 42위로 테스트를 통과했다. 당시 중견 기업인으로 볼링협회 부회장직을 맡고 있던 그는 굳이 테스트를 거치지 않아도 자격을 얻을 수 있었지만 스스로 떳떳해지길 원했다.

한국프로볼링협회 김언식 회장은 14년 전 한국 프로볼링 사상 첫 퍼펙트게임을 기록한 주인공이다. 그는“한국 볼링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싶다”고 말했다. /채승우 기자 rainman@chosun.com
일과 끝내고 밤 11시부터 새벽 2시까지 미친 듯 공을 굴리다 간염까지 얻었다. 열흘간 120게임을 치르고 얻은 결과가 42위 합격이었다. "사업이나 볼링이나 꼼수를 부려선 안 돼요. 노력해 얻은 결과만큼 기쁜 건 없습니다."

1988년 직장인볼링대회 결승에서 있었던 일이다. 마지막 프레임을 맞은 그는 스트라이크를 치면 단체와 개인 우승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었다. 그의 손을 떠난 공이 10개의 핀을 시원하게 쓰러뜨렸다.

그때 김 회장이 손을 들었다. "파울 라인을 밟았습니다."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한 순간 '양심선언'을 한 것이다. 프레임이 0점으로 처리되며 우승은 모두 날아갔지만 김 회장은 "마음에 빚을 지고 살 수는 없었다"고 했다.

성공한 사업 인생

그는 어린 시절 많은 부침을 겪었다. 선친(김희수)은 해방 후 조봉암 선생을 따라 진보당 활동을 하다 7번 투옥된 끝에 1958년 옥사했다. 8남매의 막내였던 김 회장은 여섯 살 때 어머니를 따라 서울로 올라갔다.

그의 가족은 중랑천 판자촌에 살았다. 가정 형편상 미대에 진학할 수 없었던 그는 형을 따라 건설업을 배웠다. "스물일곱 살 때 독립해 내 사업을 시작했어요. 그렇게 한눈 팔지 않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김 회장의 사업체인 DSD삼호건설은 국내 건설 시행사(시공 전 인·허가 단계를 담당) 중 매출 규모 1위를 다투는 기업이다. 지난해 2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볼링은 형수의 소개로 알게 됐다.

"잔 트릭 없이 들이는 노력만큼 결과가 나온다는 점이 좋았어요. 볼링에 빠진 덕분에 술·담배도 멀리 하게 됐고요." 그렇게 자신을 살린 볼링을 위해 2005년 프로볼링협회의 수장이 됐다.

일본을 넘어 미국으로

김 회장은 일본 프로볼링을 따라잡고 싶었다. 사재를 털어 2000년 만든 DSD삼호코리안컵은 처음엔 한·일 대항전 성격이었다. "우리보다 역사가 30년 긴 일본을 잡으려면 우리가 먼저 문을 열어야 했어요. 삼호컵을 계기로 한국 프로들도 일본에 진출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를 한 수 아래로 보던 일본 프로볼링계는 한국 선수들의 활약에 할 말을 잃었다. 간판 정태화가 2005년과 2009년 랭킹 포인트 1위에 오르는 등 한국 프로들은 일본에서 13승을 따냈다.

올 시즌도 최원영과 김영필이 일본 랭킹 포인트 1·2위에 오르며 그들의 자존심을 눌러놓았다. 김 회장의 목표는 삼호컵을 세계 프로와 아마추어를 아우르는 최고 권위 대회로 키우는 것이다.

지난 13일 개막한 제12회 삼호코리안컵에도 피트 웨버 등 PBA(미국프로볼링협회)의 전설을 비롯한 선수 200여명이 참가했다. 꿈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다음 목표는 본고장 미국이다. 이미 정태화 등이 지난해 PBA 무대를 노크했고 올해 10월 PBA 월드시리즈대회에도 6명이 출전한다.

"그동안 성적은 신통치 않았지만 계속 두드려봐야 결과가 나오지 않겠어요? 최경주, 양용은 같은 선수가 볼링에서도 나와야죠."

김 회장은 골프를 치지 않는다. "볼링하던 사람들 중 80%가 골프로 갔어요. 그 박탈감을 알기에 전 골프채를 잡지 않습니다." 남녀노소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족 스포츠, 5게임을 치고 나면 1시간 걷는 것 같은 운동 효과….

김 회장의 볼링 예찬은 끝이 없었다. "제 사업이 잘된 비결요? 어떤 일이든 마무리를 잘해서죠. '스페어 처리'가 중요한 볼링에서 배운 교훈입니다."
“골프의 홀인원이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고 하지요? 볼링의 퍼펙트게임은 ‘운삼기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최초라는 타이틀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김언식 한국프로볼링협회 회장은 프로볼링 1기 출신으로 한국 프로볼링 사상 첫 퍼펙트게임의 주인공이다. / 채승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