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五言律詩는 제목에 쓰여있는 바와 같이 李白이 蜀땅에서 온 스님이 타는 거문고 소리 를 듣고 지은 것이다. 首聯 兩句에서는 이름을 濬이라 하는 樂僧이 거문고를 지니고 蜀땅(지금의 四川省)의 峨嵋峰에서 내려왔다 하였는데, 바로 그 蜀은 李白 자신이 생장했던 고향이고, 峨嵋山을 비롯한 그곳의 수려한 산수는 시인으로서의 壯闊한 胸襟과 藝術的 靈感을 길러준 곳이었다. 이곳에서 밝힌 蜀과 峨嵋峰이라는 두 지명은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고향에서 온 악승에 대 한 친밀감을 드러낸 것이고, 그 악승이 가지고 왔다는 ‘綠綺’는 漢代의 시인 司馬相如가 아내 卓文君을 위하여 탔던 명품 거문고의 이름으 로, 여기에서 이것을 따다 쓴 것은 악승 濬이 가지고 온 거문고가 매우 귀한 명품이었음을 나타낸 것이다. 頷聯에서는 곧바로 蜀僧의 彈琴을 묘사하였 다. ‘揮手’는 탄금의 동작으로, 嵇康이 지은 <琴賦>에 ‘伯牙揮手 鍾期聽聲’이라 한 데서 따온 것이다. 이 聯에서는 거문고 소리를 대자연의 음향에 비유하여 독자로 하여금 당시의 거문고 소리가 극히 웅장하고 유려하였음을 느끼게 한 다. 단 한 차례 揮手하였을 뿐인데 곧 그 琴聲 이 一萬 골짜기에서 불어오는 솔바람 소리와 같았다 하였으니, 그 탄금의 솜씨가 얼마나 신 묘하였는가를 알 수 있고, 탄금하는 스님을 伯牙에, 이를 듣는 자신을 鍾子期에 비유하여, 彈者가 표현한 경지와 聽者가 느낀 悟境이 완전 히 하나로 合一하였음을 드러내었다. 頸聯 出句의 ‘客心洗流水’를 字意대로 해석하 면 蜀僧의 彈琴聲을 듣고 그의 마음이 흐르는 물에 씻기운 듯 淸淨無垢한 愉悅의 경지에 이 르렀다는 것이 된다. 그러나 이에는 더욱 깊은 含意가 내재되어 있으니, ≪呂氏春秋≫에 보면, 伯牙가 탄금을 통하여 극히 高妙한 예술경지를 드러내면 鍾子期만이 이를 이해하였다. 伯牙가 탄금하는 뜻이 高山에 있으면 鍾子期가 알아듣 고, ‘善哉 巍巍乎高山(좋구나! 우뚝하게 드높은 산이여!)’이라 감탄하고, 뜻이 流水에 있으면 ‘蕩蕩乎若流水(일렁이며 흐르는 물과 같도다!)’ 라고 감탄하여, 琴聲이 兩人의 생각과 감정을 하나로 合一하게 하였다. 그 후 鍾子期가 죽자 伯牙는 자기의 음악을 알아주는 知音을 잃었다 하여 絃을 끊고(絶絃하고) 다시는 거문고를 타 지 않았다 한다. ‘高山流水’라는 말은 여기에 연유되어 이루어 진 성어이며, 李白이 이 故事에 나오는 ‘流水’를 詩句에 인용하여, 蜀僧과 자신 사이에 琴聲을 매개로 하여 형성된 知己之感을 드러낸 것이 다. 이 五言 한 句 속에 이토록 많은 뜻이 함축 되어 있고 또 이것들이 시 속에 자연스럽게 용 해되어 전혀 난삽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頸聯 對句 ‘餘響入霜鐘’ 또한 典故를 用事한 것이다. ≪山海經≫에 “豊山에 九座의 鐘이 있 는데 서리가 내리면 저절로 소리를 냈으므로 ‘霜鐘’이라 불렀다.”고 하였다. 이로써 霜鐘 두 字가 부수적으로 계절이 가을이었음을 드러내 기도 하는 것이다. 이 句는 彈琴이 끝난 이후에 도 餘音이 오래도록 끊이지 않고 어스름 저녁 山寺에서 들려오는 종소리와 어우러진 것을 형 용한 것으로, ≪列子≫ <湯問>에 ‘餘音繞樑欐三日不絶’이라는 말이 있고, 蘇東坡의 <前赤壁賦>에도 ‘餘音裊裊 不絶如縷’라는 말이 있어서, 끊길 듯 끊길 듯하면서도 끊기지 않는 餘音을 형용한 것이니, 이는 樂曲 演奏가 끝난 이후에 도 이에 魅惑되어, 恍惚境에 이른 聽者의 心中 에 오래도록 남아있는 餘韻을 나타낸 것이다. 尾聯에서는 이러한 恍惚境에서 깨어났을 때 에는 이미 天色이 저물어서 자신도 모르는 사 이에 靑山은 저문 빛을 띠고 어두운 가을 구름 이 겹겹으로 하늘을 가득 덮고 있었다고 하여, 彈琴聲을 듣고 沒我 愉悅의 境地에 빠져서 시 간이 이토록 빨리 지나간 것을 깨닫지 못했다 는 것이다. 이 五言 8句 40字로 된 簡潔한 詩 속에 이토 록 豊富하고 深遠한 感情을 담아서 無限한 含蓄美를 發現하고 있는 것이 크게 돋보인다. 이 詩 속에는 ≪漢書≫ <司馬相如傳>, 嵇康의 <琴賦>, ≪呂氏春秋≫의 伯牙와 鍾子期 故事, ≪山海經≫의 <霜鐘>, ≪列子≫의 <湯問>, 蘇東坡 의 <赤壁賦> 등에 나오는 수많은 故事를 壓縮 하여 用事하였으면서도 그 내용들이 전혀 따다 쓴 흔적(斧鑿痕)이 없이 꿰맨 흔적이 없는 天使 의 옷(天衣無縫)처럼 詩 속에 完璧하게 溶解되 어 있어서 秋毫도 艱澁함을 느낄 수가 없으니, 이 詩를 통해서도 李白의 卓越한 言語技巧의 能力을 窺知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暗示性이 豊富하고 濃厚한 含蓄美는 讀者로 하여금 聯想 을 喚起하고, 깊이 內藏하고 있는 意趣를 體會 할 수 있게 하여, ‘味外之旨’ ‘韻外之致’를 體感 할 수 있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