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집안일은 허드렛일? 멋진 공간신정선 기자 violet@chosun.com 기자의 다른

푸른물 2010. 9. 10. 07:16

집안일은 허드렛일? 멋진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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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9.07 23:23

'살림의 여왕' 마사 스튜어트가 말하는 "살림이란…"
家事로 '내 것' 확인하는 기쁨 그래서 상상력·독창성 중요
바빠도 할 일은 꼭 해놓아야 스트레스? 나는 요가로 풀어

'살림의 여왕'에게 이메일을 보냈더니 두 달 만에 답이 왔다. 올해 69세인 마사 스튜어트는 여전히 일에 묻혀 살고 있다고 했다. '미국의 가정을 요리하고 바느질하고 페인트칠한다'(뉴욕타임스)는 평가를 받는 그는 여유 있고 화목한 가정을 꾸미는 법을 알려주면서 명예와 부를 거머쥐었다. 정작 자신은 그러한 가정에서 자라지 못했다. 가난한 제약회사 판매원의 6남매 중 둘째였다. 파티에 초대받았으나 입고 갈 옷이 없어서 운 적도 있다. 성공의 비결을 물었다. "어릴 때 부모님께 배운 모든 것이 성공의 밑바탕이 됐다. 나보고 철저하다고 하는데, 그 점은 아버지를 닮은 것 같다." 마사의 아버지는 자신이 받은 편지에 오·탈자가 발견되면 밑줄을 쳐서 다시 돌려보냈다고 한다. 깐깐한 아버지가 완벽주의 딸을 살림의 여왕으로 기른 셈이다.

―요즘처럼 바쁜 시대에 집안일을 일일이 손으로 하면 비효율적이 아닐까?

"가사란 자신의 소유권(ownership)을 확인하는 것이다. 파이를 가게에서 사면 내 것이 아니다. 오븐에서 파이를 꺼내면서 느끼는 '내 것'이라는 기쁨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마사 스튜어트는 이메일 인터뷰에서“일상의 모든 고민이 살림 아이디어가 된다”고 밝혔다. 놋쇠로 만든 종은 식사 준비가 끝났을 때 알릴 방법을 고민하다 준비한 소품이다. /마사스튜어트리빙옴니미디어 제공
―살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조직(organization)이다. 살림이란 아름답고 기능적인 공간을 창조하는 것이다. 얼마나 조직적으로 공간을 꾸미느냐를 고민해야 한다."

마사는 명문 여대인 버나드대를 졸업했다. 학비를 벌기 위해 입주 가정부로 일한 적도 있다. 대학 2학년 때 예일대 법학생 앤드루 스튜어트를 만나 결혼했다. 한동안 남편을 뒷바라지하기 위해 집안일만 했다. 둘은 1989년 이혼했다.

―여성을 집안에 묶어두는 반(反) 페미니스트라는 평가도 있는데.

"나는 성별을 구별하지 않는다. 한 번도 유리 천장(여성의 승진을 막는 보이지 않는 벽)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 이번 요리책에 어떻게 맛있는 파이를 소개할 수 있을까에 집중한다. 남녀를 따지기에 앞서 나만이 가진 상상력과 독창성이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성공의 첫걸음은 1977년 시작한 주문 요리 사업이었다. 유가가 뛰고 실업자가 늘던 때였다. 융자금을 갚기 위해 주부들도 직업 전선에 나섰다. 일하면서 번듯한 식탁도 차려야 했다. 그런 여성들의 귀에 '집에서 만든 것과 똑같은 음식을 배달해 드립니다!'라는 마사의 선전 문구는 거부할 수 없는 속삭임이었다. 주문이 밀려들고 수십권의 요리책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마사의 인기를 알려주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캐나다의 한 백화점에서 그가 침대의 주름 장식을 만졌다. 모여 있는 사람 중 한 여성이 튀어나와 장식을 낚아챘다. "마사가 만진 물건이야!" 감격에 찬 그녀는 40달러를 내고 장식을 사갔다.

―빡빡한 스케줄을 소화하면서도 집안을 가꾸는 비결이 있다면?

"아무리 바빠도 기본 규칙을 반드시 지킨다. 매일 침대를 정리하고, 외출할 때는 재점검한다. 있어야 할 자리에 있지 않은 것은 제자리에 두고 나간다. 하루에 한 번 부엌 바닥을 닦으면 일주일 청소가 쉬워진다."

생애 최악의 치욕이자 오점은 2001년 한 통의 전화로 시작됐다. 그가 보유한 제약회사 주식이 폭락할 것이라는 제보였다. 곧바로 주식을 팔아치운 그는 내부자 거래 혐의로 정부에 의해 기소됐다가 위증 및 공무집행 방해로 감옥에서 5개월을 보냈다. 기다렸다는 듯 악소문이 터져나왔다. 오만하다, 사람을 무시한다는 비난이었다. 2005년 3월 출소할 무렵, 마사가 재기하리라고 내다본 이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이듬해 그는 자신의 회사를 흑자로 돌려세우며 보기좋게 재기했다. 그가 인테리어를 담당한 '마사 홈'은 650채를 내놓자 3800명이 사겠다고 나섰다. 마사는 그들에게 일일이 감사 카드를 보냈다. 광고주도 돌아왔다. 3개월 만에 잡지의 광고 페이지는 2배로 늘었다.

직원들에게 가혹하다는 평가에 대해 마사는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다. "날 위해 25년이 넘도록 일한 사람도 있다. 그들은 내가 원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할 것이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어떻게 푸나?

"하루에 한 시간씩 요가를 한다. 여행할 때도 요가 매트를 꼭 챙겨간다."

―살림은 똑같은 일의 끊임없는 반복이다.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까?

"끊임없는 반복이 아니라 끊임없는 진화(constant evolution)라고 생각하라. 하던 일만 하지 말고 변화를 주라. 마당에 나무 한 그루를 심더라도 더 나은 방식이 있다면 시도해보라. 주부의 일은 최신 기술을 다루는 프로그래머와 다를 것이 없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면서 기쁨을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