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내 인생의 맛] "스테이크는 싫어해도 갈비의 양념 맛은 좋아요" 신정선 기

푸른물 2010. 9. 4. 08:23

내 인생의 맛] "스테이크는 싫어해도 갈비의 양념 맛은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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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9.01 03:16

발레리나 강수진과 양념갈비
"잘 먹어야 무대서 잘 뛰고 韓食으로 고국의 情도 느껴… '전속 요리사'는 바로 남편"

각계 명사들이 가슴에 품고 있는 간절한 맛을 풀어내는 '내 인생의 맛'. 열 번째 주인공은 한국발레협회 30주년 기념 공연을 위해 고국을 찾은 발레리나 강수진입니다. 양념갈비에 대한 추억을 나눈 인터뷰를 이야기하듯 독자들께 들려 드립니다.


저는 보통 발레리나가 아니랍니다. '대식가' 발레리나니까요. 저처럼 잘 먹는 발레리나 없을 거예요. 특히 한국에 올 때마다 먹는 양념갈비를 좋아해요. 원래는 고기 맛을 싫어해요. 하지만 양념갈비는 고기 맛보다 양념 맛으로 즐길 수 있잖아요.

양념갈비를 좋아하는 강수진씨가 남편 툰치 소크만과 함께 쉐라톤그랜드워커힐호텔 숯불구이 전문점‘명월관’을 찾았다. 서로의 입에 고기를 넣어주던 부부는 인터뷰 내내 웃음이 그치지 않았다. /정경렬 기자 krchung@chosun.com

제가 마흔이 넘도록 발레를 할 수 있는 것도 잘 먹어서 그런 거예요. 먹어야 해요. 발레는 육체노동이거든요. 먹지 않으면 뛰지 못해요. 저를 위해서, 제 발레를 위해서 먹어요. 무용하는 후배 중에 극단적으로 다이어트를 하는 경우가 간혹 있는데, 미래를 위해서는 좋지 않아요. 오래갈 수가 없어요. 발레를 위한 몸을 유지하려면 먹고 싶은 대로 먹고 연습을 그만큼 많이 하는 게 좋아요. 발레리나가 아니더라도, 이렇게 맛있는 걸 안 먹고 산다는 건 슬프지 않나요. 먹는 걸 싫어하는 사람은 삶을 즐길 줄 모르는 사람이 아닐까요.

제 발레를 위해선 잘 먹어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된 건 스물세 살 무렵이었어요. 그전까지는 저도 음식과 전투를 벌였죠. 열여덟 살 이후로 세상의 모든 다이어트를 다 해봤어요. 그때는 물만 먹어도 살이 찌는 느낌이었어요. 중학교 3학년을 마치고 유학가서 먼저 배운 게 발레하는 법이 아니라 음식 먹는 법이었어요. 그전에는 김치와 콩나물국만 먹었는데, 거기 가서 빵도 먹어야 하고 치즈도 먹어야 하니까 속이 받아주질 않았어요. 우유도 못 먹겠더라고요. 2년간 음식과 투쟁했어요. 선생님한테 매일 혼났죠. "너 그러면 한국 보낸다"고 겁을 줘서 울면서 먹었어요. 살기 위해서. 배우기 위해서. 꾸역꾸역 넘기다 보니까 차츰 맛을 알게 되더라고요. 음식과 화해하면서 다시 태어나게 된 거죠.

맛을 알게 된 후로 좋아하게 된 게 양념갈비예요. 스테이크를 싫어하는 저도 고기 맛을 즐기게 해준 고마운 음식이죠. 한국에서밖에 못 먹는 음식이라서 더 정(情)이 가기도 해요. 독일에도 한식당이 있지만 이 맛이 나질 않아요. 먹고 싶어도 고국에 와서만 먹을 수 있고, 먹을수록 고국을 떠올리게 하니까 가슴 어딘가에 늘 들어 있는 음식인 거죠. 양념이 들어간 이 맛이 어릴 때부터 제 피에 있었던 거 같아요. 외국에서 살수록 한식이 입에 맞아요. 점점 더 그리워지고요.

요즘에는 제가 먹고 싶은 음식을 끼니마다 먹을 수 있어요. '전속 요리사'가 있어서죠. 이 세상의 어떤 음식도 만들어낼 수 있는 제 남편 툰치 소크만이요. 20년도 전에 처음 만났죠. 저와 같은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무용수였어요. 첫인상은 무서웠어요. 동료 무용수 중에 제일 나중에 인사한 사람이었어요. 남편은 1996년에 은퇴했어요. 같이 파트너로 무대에 선 적도 있어요. 딱 한 번. 연습할 때 눈이 마주치면 자꾸만 웃음이 나서 못하겠더라고요.

남편은 원래부터 요리를 잘했는데 갈수록 늘어요. 한 번 먹어보면 어떤 음식이든 그 맛을 기억하고 만들어내요. 김치도 담가요. 제가 조금이라도 살이 빠져 보이면 막 먹여요. "먹어야 해"가 그의 구호죠. 요리가 다 되면 제가 먹는 거 먼저 보고, 3분의 1 이상 먹으면 그제야 먹기 시작해요. 이런 신랑을 어디서 만나요. 가면 갈수록 더 좋아요. 신기하죠?

남편이 요리하는 걸 보면서 배운 게 있어요. 예술도 맛도 절정으로 갈수록 단순해진다는 걸요. 요리를 정말 잘하는 사람은 소금과 후추만 갖고도 맛을 살릴 줄 알게 되는 거죠. 발레도 비슷해요. 심플한 거, 어려워요. 복잡한 기교로 잠시 관객을 속일 수 있겠지만 언젠간 바닥이 드러나죠. 단순한 동작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게 진정한 경지죠.

예전에는 마라톤처럼 16시간씩 연습해도 다음 날 벌떡 일어날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렇게 못해요. 대신 정신력이 강해져요. 그러니까 나이 들어도 발레에 쏟아붓는 에너지는 유지가 되는 거죠.

저 자신에 대해 진실하자는 게 유일한 목표고 꿈이에요. 어제보다 오늘이 조금이라도 발전했으면 꿈을 이룬 거라고 생각해요. 사람이기 때문에 퇴보할 수도 있죠. 그럴 때는 울면서 다시 시작하는 거죠. 그게 후회 없이 사는 길인 것 같아요.


●강수진은…


1967년 서울 출생. 현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수석 무용수. 그녀의 토슈즈가 지나간 자리마다 '최초'의 역사가 태어났다. 1985년 동양인 최초로 로잔 국제 발레 콩쿠르 1위에 올랐다. 이듬해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에 최연소(19세)로 입단했다. 1999년 '발레의 오스카상'인 브누아 드 라 당스(Benois de la Dance) 최고 여성 무용수상을 받았다. 2002년 동료였던 툰치 소크만(50)과 결혼했다. 2007년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주(州) 정부가 '무용 장인(匠人)'으로 인정하는 '카머탠처린'을 받았다. 이 또한 동양인으로서는 처음이었다.


●갈비는 늑골 감싸는 부위… 소는 13쌍… 마포·이동 등 지역따라 다양


갈비는 늑골을 감싸는 부위로 소는 13쌍이 있다. 사람은 12쌍이다. 옛 문헌에 '갈비(乫非)'라는 표현이 본격적으로 나오는 것은 18세기다. 다산 정약용(1762~1836)은 저서 '아언각비(雅言覺非)'에서 '우협(牛脇)을 갈비(曷非)라 하고, 고기를 떼서 국을 끓이면 맛이 좋다'고 기록했다. 19세기 말 요리책 '시의전서(是議全書)'에는 '곱창, 통무, 다시마를 넣고 무르게 삶아 건지라'고 갈비찜 조리법을 소개했다.

갈비는 지역에 따라 개성이 다양하다. 마포갈비는 예전 마포 나루터 인부들이 즐겨 먹던 갈비다. 경기 포천시 이동면의 이동갈비는 '가짜 본드 갈비(뼈에 접착제로 살을 붙인 갈비)' 소동을 낳았다. 당시 대법원은 '살 없는 뼈에 살점을 붙여 팔면 갈비가 아니고, 살 있는 뼈에 다른 살을 덧붙이면 갈비가 맞다'고 판결했다. 수원갈비는 1940년대 후반 영동시장에서 해장국에 넣던 갈비를 양념해 구워 팔면서 인기를 얻었다. 떡갈비는 뼈 없이 살코기만으로 된 것이다.

유래를 두고 가장 논란이 많은 것은 LA갈비. '뼈 방향대로 길게 자르는 한국식이 아니라, 가로 방향(Lateral Axis)으로 뼈째 절단한 갈빗살'이라는 주장과 'LA에 모여 살던 한국 교포들이 즐겨 먹던 갈비구이가 역수입된 것'이라는 주장이 맞선다.


 

가수 패티김이 유일하게 즐겨먹은 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