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암학회, 경제 영향 첫 분석
일부 "정복 운동 나설 때" 폐암, 年 1800억달러 가장 커
세계 경제에 가장 큰 손실을 끼치는 질병이 암이라는 연구 보고서가 나왔다. 또 에이즈 퇴치 운동 같은 대대적인 암 정복 운동이 벌어져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미국 암학회(ACS)는 18일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세계 암 총회(WCC)에 발표할 연구 보고서에서 "암으로 인한 글로벌 경제 손실이 2008년 8950억달러(약 1052조원)로 세계 GDP의 1.5%에 달했다"고 밝혔다. 암으로 인해 대한민국 GDP(2009년 8325억달러)보다 많은 돈이 매년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암이 세계 경제에 끼치는 영향을 본격적으로 분석한 보고서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암 중에서도 경제적 손실이 가장 큰 암은 폐암(연간 1800억달러)으로 조사됐다. 폐암의 주원인인 흡연은 평균 수명을 15년 더 단축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암 다음으로 경제적 손실이 큰 질병은 심장병(7530억달러)이다.
미국의 민간 싱크탱크인 글로벌개발센터(CGD)의 레이철 너전트(Nugent) 연구원은 "전체 사망 원인에서 암 등 만성 질환이 차지하는 비중이 60% 이상인데, 이를 예방하고 치료하는 데 투입되는 돈은 전체 보건 비용의 3%에도 못 미친다"고 AP통신에 말했다. 일부 보건 전문가들은 "10년 전 에이즈 퇴치 캠페인과 같은 대대적인 암 정복 운동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WHO의 암 담당자인 안드레아스 울리히(Ullrich) 박사는 "유엔과 세계 각국이 대책 수립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ACS가 추정한 질병 손실액은 환자가 사망하거나 경제 활동을 할 수 없게 되면서 상실되는 노동력과 노동시간을 경제적 가치로 환산해 산출했다. 질병 치료에 들어가는 비용은 포함시키지 않았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08년 세계에서 암으로 사망한 사람은 760만명이었으며, 암 진단을 새로 받은 환자는 1240만명에 달했다. 미국에서 2007년 암으로 숨진 사람은 56만2875명. 심장병(61만6067명)에 이어 사망 원인 2위였다. 교통사고와 총기 오발 등 각종 사고로 인한 사망자(12만3706명)보다 4배 이상 많았다. 암은 발병하는 연령이 심장병 등 다른 만성 질환에 비해 낮기 때문에 노동력 손실도 그만큼 큰 것으로 조사됐다.
암이 선진국보다 후진국 경제에 더 큰 부담을 주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미 하버드대학 의대 연구팀은 16일 영국 의학 전문지 랜싯에 발표한 논문에서 "자궁경부암 환자의 80%는 개발도상국 여성이지만 이들에게 예방 백신은 거의 공급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또 전체 암 환자의 58%가 개발도상국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대너-파버 암 연구소의 로렌스 슐먼(Shulman) 박사는 "미국에서 유방암 완치율은 80% 이상이지만, 많은 개발도상국에서는 40%에 불과하다"며 "관심과 노력을 쏟으면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도 치료할 수 있는 방법들이 많이 있다"고 말했다.